하반기 전세 시장의 긴장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상반기만 하더라도 전셋값 하락에 따른 ‘역전세’ 심화 우려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엔 전셋값이 반등하고 전세 물건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전세난’에 대한 걱정이 높아지고 있다는 게 다른 양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2021년 10~11월 전셋값이 고점을 찍었던 시기 체결된 전세계약의 만기가 이제 막 도래하는 만큼 아직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21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통해 올해 1∼7월 체결된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아파트 전세 계약 중 신규 계약 14만3118건을 월별로 분석한 결과, 신규 계약 비중이 지난 4월 60.3%에서 7월 54.7%로 감소했다.
서울의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이미 전세 매물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21일 현재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653건으로 올해 1월(5만4666건)과 비교해 43.9% 줄었다.
25개 자치구 모두 전세 매물이 연초 대비 모두 줄어든 가운데 같은 기간 서대문구 내 전세 매물이 72.5%(1922→529건) 줄면서 가파른 감소폭을 보였고 △마포구 69.9%(2359→712건) △동작구 66.4%(2040→686건) △광진구 65.6%(1463→504건) △성북구 65.1%(1828→638건) △관악구 61.5%(1148→442건) 등 13개 자치구가 절반 넘게 전세물건이 감소했다.
서대문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전셋값도 오르고 수요도 늘면서 전셋집을 찾아주기가 어렵다"며 "연초만 해도 역전세난을 걱정했는데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전셋값 상승과 매물 부족이 계속되면서 역전세난이 아닌 전세난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전세 수급 지수는 이달 둘째 주(14일) 기준 91.6을 기록했다. 올해 초 61.2를 기록했는데 이보다 30포인트(p) 이상 상승했다. 현재는 100 이하여서 전세매물이 세입자보다 많지만, 100에 근접하고 있는 만큼 곧 전세 매물을 내놓는 집주인보다 전세 매물을 구하려는 세입자가 많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세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입주 물량이 고갈되는 점도 전셋값 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3만3038가구에서 내년 7488가구로 급감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대비 무려 77% 감소한 규모로 부동산R114 입주 물량 조사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도와 인천 역시 입주 물량 감소가 예상된다. 경기는 올해 11만4479가구에서 내년에 10만247가구로 12% 감소한 뒤 2025년에는 6만3020가구로 줄어든다. 인천도 올해 4만6399가구에서 내년에는 절반 가량 줄어든 2만5222가구 입주에 그칠 예정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입주 물량은 전·월세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최근 서울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인허가, 착공, 분양, 입주까지 공급 지표 모두 줄어들고 있다"며 "내년도 공급 전망도 좋지 않아 수급상 불안 요소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