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실적 성적표를 받아든 식품업체들의 표정이 엇갈린다.
CJ제일제당과 대상은 바이오 사업 부진에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반면, 라면업계는 제품 가격을 일부 인하했음에도 해외 판매 호조세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바이오 사업 부진이 수익성 하락의 주요인으로 꼽혔다. CJ제일제당의 올 2분기 바이오사업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20%, 76%씩 곤두박질쳤다. 대상 역시 소재부문 사업이 부진했다.
특히 사료용 아미노산인 라이신의 판매가격 하락과 글로벌 축산 시장 약세가 겹치면서 실적을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됐다. 라이신은 주로 돼지사료에 섞이는 필수아미노산으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에 따른 물가 하락)을 겪고 있는 중국 등 글로벌 축산 시장이 위축되자 그만큼 수요가 줄면서 실적에 타격을 입은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라이신 가격은 1kg당 9.4위안으로 떨어졌다. 1년 전과 비교해 23% 하락한 상황이다.
매출도 감소했다. CJ제일제당의 지난 2분기 매출액4조4233억원으로 전년 대비 3.7% 내려앉았고 대상 역시 전년 대비 2.2% 줄어든 1조38억원의 매출고를 기록했다.
라면업계는 K-푸드 열풍에 실적이 개선됐다. 지난해 2분기 창립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냈던 농심은 올해는 실적 반등에 성공하며 활짝 웃었다. 지난 2분기 농심의 영업이익은 537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1162.5% 치솟았다. 매출도 8542억원을 기록하며 10.8% 성장했다.
불닭볶음면의 삼양식품 역시 각각 매출은 2854억원, 영업이익 44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2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1.8%, 61.2% 증가했다.
이러한 실적 상승은 고물가에 더해 경기 침체까지 겹치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라면 소비가 늘어난 덕분이다. 해외 수출도 실적 개선 요인으로 지목된다. 농심의 경우 전체 영업이익의 50% 이상을 해외에서 거뒀다. 그 중에서도 미국 법인의 영업이익은 33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농심 전체 영업이익의 28%에 해당하는 규모다.
삼양식품 역시 해외 매출이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지난 2분기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3.6% 증가한 1899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다시 썼다. 지난달 중순 불닭브랜드(면 제품)의 누적 판매량은 50억개를 돌파했다. 누적 매출 규모는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오뚜기도 함께 웃었다. 오뚜기의 2분기 영업이익은 645억원으로 전년 대비 35.3% 크게 늘었고, 매출도 8542억원으로 전년 대비 8.2% 증가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실적 상승과 관련해 "라면과 소스류, 간편식 등 판매 증가가 매출 상승을 견인해 매출액 및 영업이익 일제히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률은 삼양식품이 15.4%로 가장 높았고, 오뚜기(7.6%), 농심(6.4%), CJ제일제당(5.3%), 대상(3.4%)이 뒤를 이었다.
다만 하반기 실적 전망은 다소 차이를 보인다. 2분기 수익성 악화에 시달렸던 CJ제일제당과 대상은 하반기에는 국내외 식품 판매 증가와 바이오 사업의 업황 개선으로 실적 반등이 예상된다. 반면 호실적을 거둔 라면 3사는 하반기 시작 시기인 7월 1일부터 제품 가격을 내린 만큼 그 여파가 3분기부터 본격화면서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과 대상은 작년 상반기 최대 실적을 냈기 때문에 올해 기저효과로 수익성이 감소한 측면도 있다. 하반기에는 소재부문 업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인 만큼 어느 정도 실적을 만회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라면 회사들은 하반기부터 5%씩 제품 가격을 인하한 점을 고려할 때 원가 부담이 가중돼 영업 환경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