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피아의 민낯] K건설 좀먹는 '제2의 건폭' 엘피아··· 정부·여당 칼 겨눈다

2023-08-16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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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터질 것이 터졌다···설계, 시공, 감리 등 전 과정에 관여"

정부, '건설 이권 카르텔' 혁파 방침··· 건축물 안전강화 법률 제·개정도

광주경찰 LH 광주전남지역본부 압수수색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16일 선운2지구 아파트 단지 철근 누락 사건과 관련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광주전남지역본부 주택공사부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LH 광주전남본부 모습 2023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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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지난달 입주한 충남 내포신도시 내 국민임대주택 822가구. 이 단지는 무량판 기둥으로 설계된 336곳 중 13곳의 철근이 빠져 부실공사 단지로 결론이 났다. 이 단지 감리를 맡은 A업체는 LH 전관이 설립한 설계사무소로,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해 3명의 임원이 LH 출신이다. 이 업체는 충남 외에도 철근 누락 문제가 발견된 수서역세권, 오산세교 등 2곳의 설계와 감리에도 참여했다. 최근 5년간 A사가 LH에서 따낸 감리용역만 23건, 총 계약금액은 428억원에 달한다. 

# 오는 9월 말 준공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던 경기 양주시 양주회천 A-15BL 구역 행복주택 880가구의 경우 전체 기둥 337개 중 무량판 부분 154개 기둥에 들어갈 보강 철근이 모조리 빠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54개 철근이 모두 빠지게 된 원인은 설계 회사의 계산 착오였다는 게 LH의 설명이다. 이 단지를 설계한 B사와 철근 누락을 잡아냈어야 할 감리업체 C사는 모두 LH 출신 임원이 재직해 있는 곳이다.  
 
LH 철근 누락 사태를 계기로 건설업계 '엘피아(LH+마피아)' 척결이 국가적 개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엘피아를 국가 경쟁력을 좀먹는 '제2의 건폭(건설현장 폭력)' 행위로 규정하고 이번 기회에 건설 이권 카르텔과 부실시공이라는 악순환을 끊어낸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 역시 토지와 주택공급을 독점한 LH의 막대한 권한을 축소하고, 주거복지와 도시재생 등 핵심 기능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직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6일 경찰과 LH 등에 따르면,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이날 경남 진주 LH 본사를 비롯해 LH 광주·전남본부, 설계업체, 구조안전진단 용역사 등 4곳을 압수수색했다. LH가 무량판 구조 아파트의 철근 누락이 확인된 15개 아파트 단지와 관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지 12일 만이다.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향후 다른 지역 경찰도 강제수사에 나서는 등 수사 범위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와 여당도 LH를 향해 칼끝을 겨누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아파트 무량판 부실공사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2차 회의를 열어 건축물 안전강화를 위한 법률 제·개정에 착수하는 한편, 이권 카르텔과 불공정 하도급 등 위법 사실이 있을 경우 엄중히 제재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LH 발주 부실아파트의 감리 입찰 담합 여부와 부당 하도급 거래 등을 조사 중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LH 사태에 대해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설계, 시공, 감리 등 건설 전 과정에 “엘피아가 없는 곳이 없다”는 증언도 속속 나온다. 건설업에 35년 종사한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이직을 3~4차례 하며 현장을 수백 번 옮겨다녔는데도 LH 전관 출신은 가는 곳마다 있었다"면서 "엘피아는 마치 '공기'와 같아서 의식하지 않아도 어딜 가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번 LH 출신이면 죽을 때까지 LH’라는 전관 예우 현상이 매우 강한 조직"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설계업체 관계자도 "LH 출신들이 퇴직을 앞두고 설계, 감리, 시공사로 가는 건 비일비재한 일"이라면서 "LH 출신들은 대부분 현장 감리로 빠지는데 이는 공사를 원활하게 함과 동시에 다음 발주 현장 영업권을 따내기 위한 밑작업"이라고 말했다. 또 "퇴직을 앞둔 간부가 재취업한 업체는 용역 심사 전후로 편의를 봐주는 게 업계 관행"이라고 했다. 

실제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LH의 철근누락이 확인된 16개 단지 설계·감리에 참여한 전관 업체 18개사가 2020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수의계약으로 따낸 LH 용역은 77건, 총 계약금액은 2335억원으로 조사됐다. 수의계약은 경쟁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지정업체와 발주처가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건설 이권 카르텔의 전형으로 꼽힌다. 
 
감사원이 지난해 6월 공개한 '공공기관 불공정 계약 실태' 보고서를 보면 LH가 약 5년(2016년 1월~2021년 3월)간 맺은 1만4961건의 계약 중 LH 퇴직자가 재취업한 전관업체와 맺은 계약은 3227건(21.6%)으로, 계약 총액은 9조9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퇴직한 3급 이상 LH 직원 604명 중 LH 계약 업체에 재취업한 퇴직자는 304명(50.3%)으로 절반을 넘는다. 감사원이 LH와 LH 퇴직자 재취업 업체가 맺은 계약 332건의 담당자 통화 현황을 분석했더니 계약과 관련해 퇴직자와 심사위원이 전화를 나눈 사례는 58건으로 전체 계약의 20%에 육박했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건설 이권 카르텔을 근절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오는 10월 LH 전관과 관련된 건설 이권 카르텔 해소 종합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15일부터 LH에 전관이 근무하는 업체와의 기존 용역 계약 절차를 전면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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