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대디에게 가사근로자는 대안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입니다.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선택한다면 믿을 수 있어야 합니다. 신원이 증명되고 문화적 격차도 줄여야 합니다. 입국 시 자격 요건을 확실히 검증하고 이를 위한 교육이 이뤄져야 합니다."
김진환씨는 5세와 7세 자녀를 키우고 있는 '워킹대디'다. 그는 교사인 아내가 육아휴직을 3년 가까이 내서 자녀들을 양육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민간기업에서는 돌봄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육아휴직을 쓰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가사근로자 선택에 있어 중요한 것은 비용이 아닌 신뢰라고 짚었다. 외국인 가사근로자는 국적을 이유로 우려가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그럼에도 제도가 보완된다면 한부모 가정 등 가사돌봄 대체가 어려운 분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 외국인 가사근로자 100명 도입
공청회에서는 고용부가 추진하는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고용부는 내국인 가사·돌봄인력이 줄고 고령화하는 추세여서 이를 대체할 외국인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가사·돌봄유니온 등 관련 단체는 내국인 가사·돌봄 인력이 유입될 수 있도록 인식과 근로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용부는 이르면 올 하반기 서울 지역에 외국인 가사근로자 100여 명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외국인 가사근로자 시범사업을 검토 중이다. 근무 기간은 최소 6개월, 직장에 다니며 아이를 키우는 20~40대 맞벌이 부부·한부모·임산부 등이 대상 가구다. 외국인 가사근로자도 최저임금을 적용받는다. 올해 최저임금 9620원을 기준으로 월 환산 201만원 이상을 받게 된다.
외국인 가사근로자는 정부가 인증한 가사서비스 제공 기관과 근로계약을 맺고 이용계약에 따라 가정에 출퇴근하는 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사서비스 제공 기관은 비숙련취업(E-9) 비자로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고용한다.
고용부는 외국인 가사 인력 자격 요건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가사 업무 관련 국가공인 자격증 보유 또는 이에 준하는 교육을 이수했는지 살핀다. 고용허가제 한국어 선발시험(EPS-TOPIK)과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영어 면접 통과자가 대상이다. 정신질환자나 마약류 중독자, 범죄 이력이 있는 자는 선발에서 제외한다.
고용부는 내국인 가사·돌봄 인력이 줄고 고령화하고 있어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가사서비스 종사자는 2016년 18만6000명에서 지난해 11만4000명으로 6년간 7만2000명(38.7%) 줄었다.
이상임 고용부 외국인력담당관은 "시범사업을 통해 외국인 가사근로자가 사회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지, 실제 수요는 어떤지, 가정 내에서 육아를 했을 때 거부감은 없는지 등을 검증하고 과정을 점검해 어려움 해소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다양한 수요 맞춘 사전 교육 강화 필요"
전문가들은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제공 기관이 사전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본부장은 "청소년 가정이나 지체장애 아이가 있는 가정 등 다양한 수요에 대비할 수 있게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대상으로 사전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가사근로자법에 의하면 아이돌봄뿐 아니라 노인돌봄까지 가사서비스에 포함된다"며 "한국 노인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만큼 이 사업이 중장기적으로 나아갈 방향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가사서비스 제공 기관은 관련 교육 등을 준비 중이다. 이봉재 홈스토리생활 부대표는 "외국인 가사근로자는 내국인이라면 알 수 있는 어감(뉘앙스) 차이 등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관련 교육 과정을 마련하는 등 필요한 사항을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관련 시민단체는 제도 도입 자체를 반대했다. 최영미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은 "정부가 인력이 감소하는 이유에 대한 진단과 내국인 인력 유입 마련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도 "내국인 가사근로자들이 처해 있는 환경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비판하며 도입 반대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