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CB 악용해 개미 등치고 840억원 꿀꺽…33명 검찰 이첩

2023-07-2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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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사모 CB 불공정거래 기획조사 중간발표

62%는 상습 불공정거래 전력자·기업사냥꾼 연루

사모 전환사채CB 악용한 불공정거래 예시 사진금융감독원
사모 전환사채(CB) 악용한 불공정거래 사례. [사진=금융감독원]
"신약은 가짜, 신사업은 처음부터 할 생각조차 없었고, 대규모 투자는 모두 허위였다"

규제가 상대적으로 적은 사모 전환사채(CB)를 악용해 부당수익을 얻은 이들에게 철퇴가 내려졌다. 내부 관계자와 공모해 대규모 자금을 투자 받은 것처럼 허위 공시하거나 주가 부양만을 위해 각종 사업 목적을 추가한 뒤 주식을 팔고 빠져 나오는 등 사기 행각에 가까운 악질적인 사례들이 보고됐다. 

금감원은 25일 사모 CB 악용 불공정 거래 40여 건 중 14건에 대한 조사를 완료하고 이 중 11건을 패스트트랙을 거쳐 형사 고발 등 조치했다고 밝혔다. 부당이득 규모는 약 840억원에 달한다. 검찰에 이첩된 혐의자는 33명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신약 개발사 인수에 나선 A씨 등 기업사냥꾼 3인은 인수 대상 회사가 개발 중인 의약품에 대한 임상시험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홍보했다. 제휴 업체가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할 가능성도 시사하며 주가를 띄웠다. 하지만 실제 임상을 통과할 가능성은 극히 낮았고 진행도 중단됐다. 코로나19 치료제는 허위 사실이었다.

이렇게 주가를 띄운 3인은 보유한 사모 전환사채(CB)를 고점에서 매도해 120억원 상당 부당이득을 챙겼다. 이들은 모두 10건 넘는 불공정 거래 전력이 있어 시장에서도 악명 높은 사람들이었지만 투자자들은 주가가 급락한 이후에야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거래소에 상장된 B사 실질 사주에게 접근한 기업사냥꾼 2명은 은밀한 거래를 제안했다. 계열사 자금으로 사모 CB를 취득하고 사주에게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이전했지만 다수 투자자가 B사 사모 CB를 인수한 것처럼 허위 공시했다.

허위 투자자를 만들어 낸 일당은 코로나19 방역사업과 치료제 개발 등 신규 사업 진출을 추진한다며 주가를 부양했다. 모두 허위였다. 이들이 챙긴 부당이익 규모는 100억원에 달한다.

C사 전 대표이사 D씨를 비롯한 5인은 바이오사업을 추진한다며 대규모 사모 CB를 발행했다. 하지만 사모 CB 인수자는 페이퍼컴퍼니로 자금 납입 능력이 없었고 회사도 실제 바이오사업을 추진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모 CB는 발행이 용이하고 공시 규제 등이 상대적으로 완화돼 있어 사모 CB 발행·공시를 통해 대규모 자금 조달과 신사업 투자 유치가 이루어진 것처럼 가장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

금감원 조사 대상 40건 중 25건(62.5%)이 상습 불공정 거래 전력자 또는 기업사냥꾼과 연루돼 있었다. 따라서 이미 확인된 사기꾼들이 또 사기 행각을 벌일 수 있도록 칼을 쥐여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조사 대상 기업 상당수는 상장폐지, 관리종목 지정, 경영 악화 등으로 투자자 피해를 불러온 것으로도 확인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강된 조사 인력을 집중해 더 속도감 있게 사모 CB 기획 조사를 진행·완료할 것"이라며 "금융위원회와 협업해 사모 CB가 건전한 기업 자금 조달 수단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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