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핵심소재 국산화 속도...네온·제논 등 수급 안정세

2023-07-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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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조달 늘려 러·中 의존도 감소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품귀 현상까지 빚었던 반도체용 희귀가스 '네온' 가격이 2년여 만에 최저점을 찍었다. 반도체 한파가 이어지면서 원자재 수요가 줄어들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네온 공급망이 끊긴 국내 기업들이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수급이 안정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에 수입된 네온 가격의 톤(t)당 가격은 최고가를 찍었던 지난해 6월 290만 달러(약 37억원)보다 97.3% 급감한 10만 달러(약 1억3000만원)를 기록했다. 내리막길을 걷던 지난해 12월(약 58만 달러)과 비교해도 85.7% 떨어졌다. 

지난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네온 가격은 지난해 6월 전년 대비 약 55배 오른 290만 달러(약 37억7500만원)로 최고치를 찍었다. 이후 같은 해 10월부터는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반도체 업황 악화로 네온 가스 수요가 줄어들었고 전량 수입에만 의존하던 네온 가스를 국산화하면서 돌파구를 찾았기 때문이다.

네온은 웨이퍼(반도체 원판) 위에 빛을 이용해 미세한 회로를 새기는 노광공정에 사용되는 엑시머 레이저의 주재료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꼭 필요한 핵심 소재로 꼽힌다.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산 네온 가스가 전 세계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국내 기업들의 의존도는 높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이들 국가에서 수입하던 네온 가스 양이 현저히 줄어든 데다 러시아가 미국·한국 등 비우호국을 대상으로 희귀가스 수출 통제까지 하면서 수급은 불안정해 졌다.

이런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평년 대비 40배 이상 오른 중국산 희귀가스를 수입할 수 밖에 없었다. 지난해 중국산 희귀가스 수입 비중은 전체 수입량의 80~100%까지 늘어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희귀가스 수입난을 겪고 비싼 가격에 네온을 사오면서 국내 기업들은 자체 조달로 수입난 해결에 나섰다. 포스코와 반도체용 특수가스 전문기업인 TEMC는 2019년 말부터 약 2년에 걸쳐 네온 생산의 100% 국산화에 성공했다. 

또한 포스코와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100% 수입에 의존하는 반도체 핵심 소재 '제논'(Xe) 가스의 국산화를 위해서도 손을 맞잡았다. 포스코가 제논 생산기술 개발과 생산·공급을 담당하고, 삼성전자는 제논의 품질 인증과 구매를 맡는 방식이다. 제논은 오랫동안 조명(램프) 등에 널리 쓰였으나 인공위성 추진체,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 확대 적용되면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포스코는 올 하반기까지 광양제철소 대형 공기분리장치 1기에서 방산되는 잔여 가스로부터 제논을 추출하는 설비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어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제논 생산을 시작해 삼성전자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를 기반으로 2027년까지 포항·광양제철소 공기분리장치 약 10기에 제논 가스 추출 설비를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하면서 생산량을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현재 광양제철소 산소공장에서 생산되는 네온은 국내 수요의 약 16%를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네온 사용량의 40%가량을 국산화했고, 내년까지 이 비중을 100%로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업황이 소비심리 위축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꾸라진 것도 당분간 수급 안정화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다만 기존에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러시아가 비호국인 한국에 대해 네온, 제논 등과 같은 희귀가스 수출 통제를 연말까지 연장한 점은 여전히 위험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생산으로 대체된 것 외에는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고 개선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라면서도 "다른 반도체 원재료들에 비해서 차지하는 포션이 높은 건 아니어서 공급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진포스코[사진=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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