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 걷히는 속도 9년 만에 최저...역대급 돈가뭄, 애타는 정부

2023-07-1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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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입 256조6000억… 37조↓

총수입 진도율, 9년 만에 최저치

진도율 더뎌...올 세입 목표 달성 난항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 들어 나라 곳간이 채워지는 속도가 9년 만에 가장 더디다. 코로나19 사태로 국가 경제가 얼어붙었을 때보다도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의 경기 전망과 세수 추계가 안이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역대급 돈 가뭄에 시달리는 가운데 이달 말 세제 개편안 발표를 앞둔 기획재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기재부가 13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7월호'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누계 총수입은 전년 동기보다 37조원 감소한 256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등 국세수입(160조2000억원)이 36조4000억원 줄어든 여파가 컸다. 

특히 법인세 감소가 두드러졌다. 기업 실적 악화로 1~5월 43조6000억원 걷히는 데 그쳤다. 1년 전보다 17조3000억원 줄어든 수치다. 소득세와 부가세는 각각 9조6000억원, 3조8000억원 감소했다. 

이에 따라 5월까지 총수입 진도율(추경 기준)은 지난해 같은 기간(48.2%) 대비 7.2%포인트 하락한 41%를 기록했다. 대규모 세수 결손 사태가 벌어졌던 2014년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다. 2014년 1~5월 진도율은 40.5%에 그쳤다. 

진도율은 계획한 예산 대비 특정 시점까지 걷은 수입의 비율이다. 총수입 진도율이 낮다는 건 국세는 물론 세외수입과 기금수입 등이 제대로 걷히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올해는 세수 결손이 심각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2020년에도 5월 말 기준 진도율은 42.1% 수준이었고, 이듬해인 2021년 같은 기간에는 50.8%까지 치솟았다. 

올해 예산 편성안은 625조7000억원, 국세수입 목표는 400조5000억원이다. 현재 추세라면 모두 달성이 어렵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줄곧 건전재정을 강조해 왔지만, 세수 보릿고개를 넘기 위한 국고채 발행 규모가 야금야금 커지고 있다. 

실제 올 들어 국고채 발행 잔액은 지난해 말 대비 55조9000억원 증가했다. 1~6월 국고채 발행량은 98조7000억원으로 연간 총발행한도인 167조8000억원의 58.8%에 달했다.

지난해 세금이 너무 많이 걷혀 역대 최대 오차를 기록한 기재부는 올 들어 정반대 상황에 직면했다. 이르면 8월 세수 재추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지만 기재부를 바라보는 시선은 따갑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총수입 진도율을 떨어뜨리는 것은 국세수입 부분인데, 국세수입 역시 예산 대비 진도율이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정부가 경기 둔화의 심각성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해 세입 결손이 커진 것"이라고 짚었다.

김 교수는 "오차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그 폭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건 반성할 여지가 있다"며 "세수 부족은 내년 예산 편성에 영향을 주는 만큼 세수 추계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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