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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상의 팩트체크] 무너진 건물에는 공통점이 있다...'무량판' 아파트, 피해야 할까?

2023-07-1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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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강남 삼풍백화점, 광주 화정아이파크, 인천 검단 신도시 아파트 등 대형 사고가 났던 건물의 공통점이 '무량판 구조'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무분별한 괴담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전국 무량판 아파트 리스트'가 'X-파일'처럼 도는가 하면, "건물 붕괴 원인은 건설사들이 원가절감을 위해 무량판을 무분별하게 도입했기 때문"이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과연 무량판은 건설사의 원가절감이 만들어 낸 괴물일까, 팩트체크로 알아봤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먼저 무량판 구조가 건설사들의 원가절감에 더 유리하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 아파트는 바닥을 떠받치는 구조에 따라 크게 벽식, 기둥식, 무량판 등 3가지 구조로 분류된다. 벽식구조는 벽면이 위층의 하중을 지지하는 형태를 말하며, 기둥식 구조는 천장에 보를 설치해 보와 기둥이 위층의 하중을 지지하는 구조다. 무량판은 보 없이 기둥이 하중을 분산하는 구조다.
 
건설사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3가지 방식 중 공사비가 가장 저렴한 방식은 벽식 구조다. 한 건설사가 각 구조별 골고공사비를 비교 분석한 결과 벽식 구조에 비해 기둥식 구조는 3.3㎡당 공사비가 19.5~23.5%, 무량판 구조는 벽식 구조에 비해 3~6% 비쌌다. 총 공사비 대비 상승률은 기둥식 구조가 4~5%, 무량판이 1~2% 수준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기둥식 구조가 무량판 시스템보다 3.3㎡당 공사비가 높게 나타나는 것은 철근과 층수 높이, 공사기간 차이에 따른 변화가 아닌 층고 높이에 의한 결과"라면서 "벽체, 슬래브, 연면적, 높이가 일정하다고 가정하면 종합적으로 볼 때 벽식 구조 공사비가 가장 저렴하고 이어 무랑판, 기둥식 순"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무량판 구조는 일반 벽식, 기둥식 아파트보다 위험할까. 이것 또한 사실이 아니다. 실제 무량판 구조는 안전기준이 엄격한 외국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되는 건축 공법으로, 보가 없지만 기둥과 바닥 두께 기준이 까다로워 내구성이 매우 뛰어나다고 알려졌다. 다만 무게가 적절히 분산돼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실제 2013년 아파트 25층 헬기 추락사고로 외벽 손상은 있었지만 건물은 멀쩡했던 '아이파크 삼성'(2004년 입주)도 무량판 구조 아파트다.

이들 공법은 장단점이 명확하다. 벽식구조의 아파트는 공사비가 저렴하고,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벽이 격자 모양을 이루면서 상층부의 진동을 흡수해 내진 설계에도 유리하다. 그러나 상부에서 발생하는 진동과 소음이 벽을 타고 하층부로 빠르게 전달이 돼 층간소음에 취약하고, 고층으로 올릴수록 하중이 늘어 30층 이상 고층 아파트 적용에는 쉽지 않다. 때문에 최근의 선호되는 공법은 아니다.

기둥식 구조는 공사비가 비싸고, 공사시간이 오래 소요돼 아파트 건축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평가다. 특히 보가 들어가기 때문에 층고가 높아져 같은 용적률 규제를 받더라도 아파트 전체 가구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업성이 낮다보니 건설사와 조합 모두 선호하지 않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반면 무량판은 층간소음에 강하고, 보가 없어 높은 층고가 가능하며, 내부 구조 변경과 인테리어 등이 용이하다. 그러다 보니 아파트의 입소문을 좌우하는 3040주부들의 만족도가 높다. 수요자들의 요구에 맞춰 아파트도 진화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채택된 게 무량판 공법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건설사들은 무량판 구조가 안전, 비용, 수용도 등 모든 측면에서 '현존하는 최고의 아파트 구조'라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하중을 버티는 보가 없어 설계, 시공방법 등의 오차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까다로운 공법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무량판 공법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설계 기준이 워낙 까다롭다보니 약간 허술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현장의 안일한 인식이 문제"라며 "최고의 안내서가 있어도 따를 마음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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