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산 양극화] 대기업 실적 악화에도 투자 유지···중소기업 포함 45%는 "투자 줄인다"

2023-07-05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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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1분기 R&D에 6.6조원 투입

하이닉스, 최신 메모리 제품 투자 지속

수출 50만 달러 이상 1327개 기업 중

절반가량이 국내외 투자 비중 줄일 듯

글로벌 주요국의 금리 인상과 그에 따른 경기 침체 여파에도 국내 최상위권 대기업들은 꾸준히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하위권 대기업과 상당수 중소기업은 여력이 부족해 투자를 줄이거나 줄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기업은 자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하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투자 양극화 현상은 국내 산업권 전반에서 확인되지만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분야로 반도체 산업권이 꼽힌다. 국내 굴지 반도체 기업들은 극심한 수요 위축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반도체 중소기업들은 투자 축소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기업은 꾸준히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연구개발(R&D)에 6조5800억원을 투자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매출 대비 10.3% 수준이며 지난해 1분기 7.6%(5조9200억원)보다 비중을 더 늘린 수준이다.

시설 투자비도 10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7조9000억원보다 35.4% 늘렸다. 세부적으로 반도체 분야에 시설 투자비 중 91.6%인 9조8000억원을 집중 투입했다.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 중장기 공급성 확보를 위한 평택 캠퍼스 3기 마감, 첨단 공정 수요 대응을 위한 4기 인프라 투자 등이 진행됐다. 또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R&D 투자와 후공정 투자도 지속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첨단 공정 수요 대응을 위해 미국 텍사스 테일러와 평택 공장 중심으로 투자가 진행됐다.

다만 디스플레이 분야는 같은 기간 7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줄어 중소형 모듈 보완과 인프라에만 투자가 집행됐다. 이는 극심한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늘린 것이다. 삼성전자는 연결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1분기 대비 95.47% 감소한 6402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도 지난해 1분기 대비 18.05% 줄어든 63조7454억원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과 실적 부진에 '인위적 감산은 없다'던 당초 방침을 지난 4월 '의미 있는 수준으로 감산을 진행'하는 것으로 선회했지만 투자만큼은 줄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이어가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앞서 반도체 수요 위축에 실적 부진이 예고되자 생산량 감축과 투자 축소를 선언했다. 연간 10조원 넘는 투자를 단행하던 SK하이닉스는 2023년 투자 규모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DDR5 등 최신 메모리 제품에 대한 투자는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투자를 축소한다는 것은 기술 개발을 멈추겠다는 의미가 아니다"며 "투자 축소로 기술 개발이 저하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절반에 가까운 중소기업은 투자를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1월 발표한 '수출 기업의 2023년 경영 환경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는 수출 실적 50만 달러 이상인 기업 1327개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무역협회가 조사 기업을 상대로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투자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계획을 물어본 결과 반도체 수출 기업의 국내 투자 축소 비중이 다른 품목 대비 가장 많은 45.2%를 기록했다. 올해 해외 투자를 줄이려 한다는 답변도 45.2%로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수출 기업 중 53.7%는 올해 대중국 수출이 줄어들 것으로 봤다. 대중국 수출 감소를 전망한 화학공업제품(47.1%), 플라스틱·고무제품(46.8%) 등 다른 품목보다 비중이 컸다. 국내 반도체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국 수출이 줄어들 것으로 본 것이다.

업종별로 보면 화학공업제품(58.7%), 플라스틱 및 고무 제품(56%), 철강 및 비철금속 제품(52%) 등은 응답 기업 중 절반 이상이 올해 경영 환경이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 역시 나빠질 것이란 응답이 45.2%에 달했다.

수출 기업들의 국내외 투자도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수출 대기업 중 43%는 올해 국내와 해외 투자 모두 축소하겠다고 응답했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에서 국내외 투자를 축소하겠다는 응답률이 45.2%로 가장 높았다.

조의윤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경제 둔화, 공급망 애로, 환율·금리 변동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어 수출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수출 기업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만큼 세제 지원 확대, 노동시장 개혁 등 기업 수요에 대응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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