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의 지분 공개매수가 종료됐지만, 경영권을 둘러싼 양측의 치열한 경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오는 28일 발표될 공개매수 청약 결과는 향후 지분율 판도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공개매수 종료 후에도 고려아연 주가는 여전히 매수가를 웃도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양측이 장내 매수를 통해 경영권 우위를 노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공개매수는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이 제시한 매수가 89만원보다 65.17% 높은 가격으로 이뤄졌다. 양측 모두 경영권을 확정 짓지 못한 상태라 매수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공개매수 청약 결과는 28일 발표될 예정이다. 영풍·MBK가 청약 결과를 당일 공시했던 것과 달리, 고려아연은 공개 시점을 지연시키며 마지막까지 정보를 신중히 다루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로써 청약 결과가 나와야 양측의 실질적인 지분율이 가늠될 것으로 보인다.
청약 결과에 따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의결권 지분은 베인캐피탈의 최대 2.5% 지분을 더해 약 36.4%로 추정된다. 이는 영풍·MBK 측의 38.5%보다 다소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고려아연 측은 기존 자사주(1.4%)를 우호 세력에 매각하거나 7.83%를 가진 국민연금을 설득해 의결권을 확보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이번에 매입한 자사주는 소각될 예정이며, 소각이 완료되면 지분율은 고려아연 45~46%, 영풍·MBK 48~49%로 추산된다. 양측 모두 과반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영풍·MBK 측은 이미 이사회 교체를 요구하는 임시 주주총회를 요청한 상태지만, 최 회장 측은 이를 거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최 회장 측의 과제는 국민연금 및 주요 기관을 우호 세력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최근 5년간 고려아연 이사회 안건의 92.5%에 찬성해 왔으나, 이번 분쟁에서는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국정감사에서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금융당국의 조사와 법적 분쟁도 변수로 남아 있다.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위법성을 주장하며 본안 소송을 준비 중이고, 최 회장 측은 MBK의 주가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금융당국에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 경영권 분쟁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양측이 총력을 다하고 있어 작은 변수에도 판세가 크게 변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영풍·MBK 연합과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 일부 임원들이 자사주 공개매수 경쟁 기간 동안 고려아연 주식을 장내에서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 본부장급 비등기임원 5인은 영풍·MBK 연합과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진행된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총 118주를 사들였다. 주식 취득 단가는 주당 68만원대부터 75만원대 사이였으며, 총액으로는 7800여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