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하고 식품업계에는 가격 인하를 압박하는 등 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당장 6월 소비자물가는 21개월 만에 2%대로 내려갈 가능성이 대두된다. 다만 장마와 폭염이 이어지는 7~8월에는 채소 가격을 중심으로 물가가 재반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제 유가 안정세에 힘입어 석유류 가격이 둔화한 게 주효했다. 특히 6월 물가는 전년 동월 상승 폭이 워낙 커 기저효과가 나타나면서 2%대로 진입할 것이란 기대감이 작지 않다. 2%대 물가 상승률은 2019년 9월(2.4%) 이후 21개월 만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라면값 인하' 발언을 시작으로 식품업계 전반이 가격 인하 행렬에 동참하고 있는 데다 3분기 전기요금 동결로 공공요금 인상 압력도 낮아진 상태다.
앞서 지난달 19일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 목표 운영 상황 점검' 보고서를 통해 올해 6~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내려갈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문제는 7월 이후다. 올여름 '슈퍼 엘니뇨'로 인한 집중호우와 폭염 등 이상기후로 기상 여건에 특히 민감한 농산물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 내 주요 19개 품목 일일도매가격을 살펴보면 청상추(4㎏)가 2만6046원으로 전월(1만1311원) 대비 130.3% 급등했다. 배추(중·1포기)는 3000원, 시금치(4㎏)는 2만1020원으로 각각 90.2%, 51.7% 상승했다. 이 밖에도 양배추(1포기·48.5%), 무(하·1개·33.3%), 대파(1㎏·26.0%) 등 총 17개 품목 가격이 올랐다.
그동안 정부는 물가가 3%대로 낮아진 상황에서도 '당분간 물가 안정에 주력하겠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대에 도달해야 정책의 축을 '경기 진작'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률이 6월에 2%대로 내려앉더라고 7월 이후 다시 3% 이상으로 튀어오르면 정책 방향을 선회하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부가 '체감물가' 끌어내리기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다.
우선 비축 물량을 늘리고 수입 확대 조치를 단행해 수급 안정에 나설 방침이다. 배추는 지난해보다 45.3% 늘린 1만7000t, 무는 200% 늘린 6000t을 각각 비축한다. 여름배추와 여름무는 5만5000t, 5만t을 계약 재배한다.
최근 가격이 오르고 있는 돼지고기와 닭고기에 대해 관세율 0%를 적용하고 생산 전망 대비 실제 생산량이 뒤처진 양파는 수입 조치를 협의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농산물 소비자물가 지수는 작황 개선 등으로 안정 추세를 보였다"면서도 "하반기엔 여름철 장마·폭우 등 영향으로 채소 값이 급등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