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타 요시히로의 한일 풍경] 난민과 이민자에게 인색하지 않은 사회

2023-06-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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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타 요시히로 후쿠오카대학 인문학부 동아시아지역언어학과 준교수]



 
한국의 한 정치인이 영주권을 취득한 지 일정 기간이 지난 국내 외국인에게 그동안 부여되어 온 지방참정권 조건을 엄격화함으로써 외국인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물론 이는 중국에 대한 혐오의 감정을 이용한 선거 전략의 일환에 불과하겠으나, 반중 감정을 부추겨 지지층을 얻으려는 정치적 획책 자체가 위험하고 부끄러운 전략이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사회의 요구를 민감하게 포착한다는 점에서 보면, 한국 사회에 반중 인식이 적지 않게 퍼져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일 무렵 한국 내에서 생활지원금 요구의 목소리가 컸던 반면, 외국인 지원에는 소극적인 분위기가 있었다. “우리 국민조차 힘든데”, “우선 국민부터”라는 이유로 외국인 지원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반영했기 때문일 것이다. 경기도와 서울시는 당초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서 외국인 주민을 제외했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외국인 주민을 긴급재난지원 정책에서 배제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임을 지적했고, 적지 않은 시민들도 외국인 배제 방침을 밝힌 지자체와 행정부를 비판했다. 결국 외국인 주민에 대해서도 동일한 지자체 지원이 이뤄지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한편, 일본에서는 외국인 주민을 제외한다는 방침이 당연하듯 제시되지는 않았다. 한 전문가는 재일조선인 권리 투쟁을 겪어온 일본 사회이기에 그러한 차이가 나타난 것이라고 봤다. 일본 사회는 식민지 지배 이후 재일조선인이라는 사회적 소수자를 늘 안고 왔다. 동시에 재일조선인들은 일본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들의 권리를 인정받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했고, 그 덕분에 일본사회는 외국인 주민의 권리보장이라는 관점에서 발전해 온 측면이 분명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곧 일본 사회가 외국인 친화적 사회임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실제로 현재 일본 사회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 난민을 비롯한 외국인 수용의 문제다. 난민 문제에 있어서는 한국 또한 일본과 마찬가지로 국제 사회의 표준에 훨씬 못 미치고,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다만, 한국은 난민 조약에 따라 2012년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한 나라기도 하다. 일본은 난민조약에 가입했으나 여전히 국내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금 일본에서는 난민 신청을 하는 외국인을 ‘얼마나 빨리 추방할 것인가’에 관한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최근 2년간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출입국관리법(출입국관리 및 난민인정법)의 개정 문제다. 2021년, 논의된 개정안은 후퇴일 뿐이라며 한 번 폐안에 몰렸지만, 지난 6월 9일 야당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에는 난민 신청을 2회로 제한하고, 이후 자신의 국적국으로 강제 송환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재로서는 난민 신청 중인 외국인을 국외 퇴거시킬 수 없다. 그러나 정규 외국인 등록을 할 수 없는 난민 신청자를 일본의 출입국 행정 당국은 마치 범죄자처럼 여기고 있어, 조금이라도 빨리 일본 사회에서 배제하려고 하는 것이다.
흔히 ‘불법체류자’라는 표현으로 불리지만 이들은 법을 어긴 범죄자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미등록 외국인’에 불과하다. 세계인권선언에 의거한 난민조약은 난민 인정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개인이 고문 및 비인도적 또는 굴욕적 처우나 형벌의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 절대로 강제 송환되어서는 아니된다”고 하여, 난민 신청자를 강제 송환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행위로 보고 금하고 있다. 바로 강제 송환 금지(Non-Refoulement)의 원칙이다.
그럼에도 이번 출입국관리법이 개정됨으로써 가뜩이나 어려운 일본의 난민 인정 신청 기회조차 제한하자는 쪽에 힘을 실어준 꼴이 되었다. 애초 일본의 난민 인정률은 세계적으로 봐도 극히 낮다. 예를 들어, 2020년 통계에 따르면 독일의 난민 인정률은 41.7%(6만3456명), 캐나다는 54.9%(1만9596명) 등인 데 비해 일본의 인정률은 0.5%(47명)에 그친다. 이미 세계적으로도 일본이 난민에게 엄격한 나라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한다.
난민에게 냉랭한 일본의 자세는 의도치 않게 법안 심의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난민 신청이 한 번 기각된 외국인들은 이의 신청을 할 기회가 주어진다. 법률가나 연구자 등 외부 전문가가 난민 심사 결과에 대해 다시 한번 ‘객관적인’ 심의를 하여 법무부 장관에게 인정을 건의할 수 있는 난민심사참여원 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참여원으로 많은 심의에 관여해 온 한 외부 전문가는 “난민 신청자 중에는 진짜 난민은 거의 없다”고 애초부터 난민 신청자를 부정하는 견해를 드러냈는데, 이 전문가의 경우 혼자 연간 1000건 이상(전체 심의 안건의 4분의 1에 해당)의 심의를 담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근무시간 등으로 산출하면 건당 심의에 6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난민 신청자에 대한 심의를 안이하게 처리해 왔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참여원으로는 100명 이상의 전문가가 등록되어 있지만, 출입국 행정 당국의 심사에 대해 비판적인 이들은 몇 차례밖에 담당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증언도 있어, 참여원 제도는 출입국 심사를 정당화하기 위한 허울로만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처럼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한 일본에서는 노동력 부족에 시달려 외국 인재에 의지하지 않으면 일본 경제가 잘 돌아가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일본인이 기피하는 장시간 근무, 육체노동 등의 현장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외국인 노동자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 도쿄를 여행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현재 일본 편의점에서는 많은 외국인이 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본은 여전히 ‘이민국가’가 되는 것을 계속 부정하고 있다.
일본사회는 인구의 2.3%(약 293만명, 2019년 기준)를 차지하는 외국인의 존재를 외면하고 있다. ‘외국인 기능실습생 제도’를 통해 많은 저임금 노동자들이 일본에서 일하고 있지만, 기술연수라는 명목으로 데려온 외국인들은 입지가 약하고, 열악한 근로 조건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 “현대판 노예제도”라는 야유까지 받고 있다. 1990년대 일본의 이 제도를 본떠 한국에서는 ‘외국인 산업연수제도’를 만들었으나, 10년도 채 안 되어 그 제도를 버렸다. 2010~2019년에 이르는10년 동안 260명의 외국인 실습생이 일본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제도하에서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수의 외국인이 목숨을 잃었지만, 일본 사회는 그 현실에서 눈을 돌려 왔다.
 
일본의 출입국관리제도는 제국주의 시대, 즉 식민지 시기에 성립된 외국인 관리제도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치안 유지를 위해 이질적인 사람들을 관리 및 배제해 온 것이 일본의 외국인 관리체제였으며, 그것이 그대로 패전 후에도 발전해 왔다는 것이다. 과거 식민지 지배하에서 조선인들은 동화를 강요받는 동시에 관리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졌듯이, 일본의 출입국관리제도는 지금도 치안 유지를 위해 외국인을 동화와 관리의 대상으로 간주한다. 거기에 맞지 않는 이질적인 존재는 배제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질적인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한 난민수용시설에는 인권 보장이라는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나라에서 시설에 강제 수용하기 위해서는 법원 등의 판단이 개입되어야 하고, 그 수용 기간도 법률로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일본 난민수용시설의 경우, 법원의 판단 없이 당국의 자체 판단에 따라 무기한으로 강제 수용이 허용되고 있다. 실제로 수년째 수용시설 생활을 해야 하는 난민 신청자도 있다.
2021년 나고야(名古屋)의 수용시설에서 일어난 안타까운 사건은 어쩌면 예고된 일이었다. 스리랑카인 위슈마 산다마리 씨(당시 33세)가 시설 안에서 아사한 것이다. 출입국관리 당국은 몸이 아파 아무것도 먹지 못하게 된 그녀에게 적절한 의료 조치를 하지 않았고, 또 여윈 몸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게 된 그녀를 앞에 두고 담소하며, 사람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 수용시설 행정 직원들의 모습이 CCTV 영상을 통해 세상에 공개되었다. 난민수용시설에서는 최근 14년간(2007~2020년) 17명이 사망했다는 보고도 있다.
 
일본에서 6월 초,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되려는 가운데 4000여 명의 사람들이 국회 앞에 모여 항의 시위를 벌였다. 시위나 집회가 일상적이지 않은 일본에서 4000명 규모의 시위가 벌어지는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에서는 연일 각종 시위가 벌어지고 있지만, 과연 자국민이 아닌 외국인의 권리를 놓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을까? 한국은 외국인이 이미 인구의 4.3%(약 222만명, 2019년 기준)를 차지하는 ‘다문화 사회’가 되었고, 난민법 또한 갖고 있지만, 난민 인정률은 0.7%(52명, 2020년 기준)로 일본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사실 한국의 외국인 지방참정권제도는 선진적인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도 한때 외국인 참정권제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던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조차 사라지고 말았다. 재일조선인의 경우,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라 일본 사회의 일원으로 오랜 세월 뿌리를 내렸는데도 선거권을 갖지 못한다. 21세기를 앞두고 일본을 방문했던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일본에 뿌리를 내리고 생활하는 동포들에게 일본 선거권이 부여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우선 한국 사회가 그 모범을 보여야 하기에 한국에 사는 외국인에게 지방참정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만들었다고 한다. 원래대로라면 상호주의에 따라 일본정부 또한 재일조선인을 비롯한 외국인의 지방참정권을 인정하는 조치를 취했어야 했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한반도는 그동안 많은 나라와 지역에 동포들을 배출해 왔다. 재일조선인 등 세계 각지에 재외동포가 약 720만명 있다고 한다. 한편으로 한국은 이제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많은 외국인들이 동경하며 살고 싶은 곳이 되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 또한 난민이든 이민이든 이질적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배제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 일원으로 수용함으로써 다양성을 갖추며 풍부한 사회 발전을 이루어 나갈 필요가 있다.
 


오가타 요시히로(緒方義広) 주요 이력
▷후쿠오카대학 인문학부 동아시아지역언어학과 준교수 ▷연세대 정치학박사  ▷전 홍익대 조교수 ▷전 주한 일본대사관 전문조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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