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금통위원 전원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현 3.5%) 동결을 결정한 가운데 동결의 주된 배경으로 추가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연체율 등 리스크 확대 우려와 경기 둔화 등에 한 목소리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한국은행이 이날 오후 공개한 제10차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익명의 한 금통위원은 "그동안 인상된 금리수준이 가계대출과 자영업자대출, 중소기업대출 취약차주들을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을 가져오고 있다"며 "올 연말까지 연체율 상승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특히 "부동산PF 관련 대출 부실화가 일부 비은행권의 연체율을 높이고 금융시장 불안을 촉발할 요인이 될 가능성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의 다른 금통위원 역시 현 기준금리에 대해 "중립금리 범위를 상회해 긴축적인 영역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올들어 장단기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돌고 은행 여수신금리도 낮아지면서 가계대출 등이 증가로 돌아선 상황"이라며 "금융여건의 전반적인 긴축 정도는 작년 연말에 비해 상당폭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당 위원은 국내 경제 전망에 대해서도 "글로벌 IT 경기 위축이 이어지고 중국 리오프닝 파급효과가 지연되는 등 주로 해외부문 하방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수출과 설비투자가 부진을 지속하고 있다"며 "이러한 부진한 흐름은 점차 둔화되겠지만 IT경기 반등과 중국경제 회복속도 등 불확실한 요인들로 인해 상하방 리스크가 큰 폭으로 내재돼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날 일부 금통위원들은 상당기간 현 수준의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 금통위원은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이 진행되고 있으나 올 하반기에도 3% 내외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근원인플레이션의 하락속도도 매우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난 4월 주담대가 증가세로 돌아서고 신용대출 감소세가 둔화되면서 부채가 상승 전환하는 등 금융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큰 데다 환율 변동 리스크도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익명의 위원도 "물가상승률이 둔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 "현 금리인상 기조가 누적된 금융불균형과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시작되었던 점을 고려하면 아직 이에 대한 경계를 거두기엔 이른 시점"이라고 조기 피벗(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다른 금통위원 역시 "추후 성장과 물가의 흐름, 금융부문 안정성 추이, 주요국 통화정책 방향과 환율 동향 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물가가 2%대로 안정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를 지속할 필요가 있고 필요 시엔 추가 인상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