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와 미·중 갈등 속에서도 국내외 주요 전망 기관이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들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상향 조정하고 있다. 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교역량 둔화로 수출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며 경제 성장률을 낮춰 잡았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무역수지 적자도 15개월째다. 수출 부진을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韓 올해 경제성장률 1%대 중반대로 줄줄이 하향 조정
세계은행(WB)은 6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2.1%로 상향 조정했다. 직전(1.7%)보다 0.4%포인트 올려 잡은 수치다. 미국과 중국, 다른 주요 경제국들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는 점을 상향 조정의 배경으로 들었다. WB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예상보다 빠른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과 미국의 소비회복 등으로 주요국을 중심으로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들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모두 올려 잡았다. 미국은 올해 1월 내놨던 전망치(0.5%)보다 0.6%포인트 높은 1.1% 성장할 것으로 봤다.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5.6%로 전망했는데, 이는 직전(4.3%)보다 1.3%포인트 상향된 수치다.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에 대한 전망은 언급되지 않았다.
반면 한국의 올해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1.7%에서 1.5%로 0.2%포인트 낮춰 잡았다. IMF는 지난해 7월부터 한국의 경제 전망치를 4회 연속 끌어내렸다. 또한 중국과 함께 한국이 세계 경제 성장세 악화의 원인이 된다는 언급도 내놨다. 수출에 기대 고속 성장해 오던 한국 경제가 위태롭다는 지적이다.
국내 주요 기관들도 줄줄이 한국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기존 1.6%에서 1.4%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8%에서 1.5%로 낮췄다. 글로벌 경기 부진과 교역량 둔화로 수출 회복이 지연되고, 금리 인상 영향으로 소비와 투자가 둔화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中 리오프닝 효과 저조에 수출 부진..."다변화 꾀할 때"
이처럼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한국 경제성장률만 줄줄이 하향 조정하는 건 8개월 내리 고꾸라진 수출 상황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5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지난달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2% 감소한 522억4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월간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8개월 연속 감소세다. 무역수지 역시 21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지난해 3월 이후 월간 무역수지는 15개월 연속 적자 행진 중이다.우리나라가 연일 암울한 무역 성적표를 받아 든 건 기대를 걸었던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예상보다 저조한 탓에 최대 반도체 수요국인 중국 내 반도체 수요가 살아나고 있지 않아서다. 우리 반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40.3%에 달한다. 최대 교역국 중국의 부진이 장기화할 경우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대 국내 경기 반등은 장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 주요 기관들은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내려 잡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과 KDI,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 등이 예상하는 올해 성장률은 1.5%다. 정부의 전망인 '상저하고'가 아닌 '상저하저'가 현실화하면 1%대 초반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
일각에선 중국에 의존하는 무역 구조에서 벗어나 인도, 베트남 등 수출 다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對)중 수출은 4.4% 감소했고 중국을 제외한 시장으로의 수출은 9.6% 증가했다. 특히 자동차부품,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에서 중국 외 수출 시장이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