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이 기업금융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기업금융의 '강자'로 꼽혔던 우리금융이지만, 최근 지지부진한 성장세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차별화된 기업금융 경쟁력을 내세우면서 인선·조직·영업 분야에서 대대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우리금융은 기업금융 선두주자에서 더 나아가 초격차로 올려 놓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올해 주채무계열로 지정된 대기업그룹 38개 중 총 11곳의 주채권은행으로 지정됐다. 이는 국내 4대(KB국민·신한·하나·우리)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다. 우리은행은 삼성과 LG, 한화 등의 재무구조·신용위험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다만, 성장세는 주춤하다. 지난 2021년 우리은행(36조3590억원)의 대기업대출은 2위 KB국민은행과 12조원 이상 차이가 벌어졌고, 하나은행(14조2770억원)·신한은행(18조2480억원)과는 2배 이상 차이를 벌렸다. 하지만 지난해 우리은행의 대기업대출이 연간 1.3% 성장한 데 반해, KB국민·신한(24조4460억원)·하나(19조6490억원)은행은 각각 22.8%, 33.9%, 37.6%씩 고속 성장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우리금융은 올해 기업금융 전통 강호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임 회장은 지난 3월 취임사에서 "우리금융은 오랫동안 기업금융의 명가로 인정받았고, 이런 시장·고객 평가는 소중한 자산"이라면서 기업금융의 차별화된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차기 우리은행장으로 내정된 조병규 현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역시 기업금융 명가 부활에 온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조 은행장 내정자는 기업금융 전문가로서, 내부 출신 유력 인사들을 누르고 차기 내정자로 뽑혔다. 그는 지점장 근무 당시 은행 성과평가기준(KPI) 부문에서 1, 2위를 기록했고, 기업그룹 집행부행장 당시에는 금융권 최초 '원비즈플라자'를 선보였다. 기존 기업들이 수기로 처리했던 구매업무를 디지털 기반 전자방식으로 전환한 원비즈플라자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도 소개됐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3월 임 회장이 제안한 기업금융 중심의 경영 전략 방향을 반영하는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우리은행은 기업투자금융부문을 신설하고, 대기업·IB·글로벌 부문 등의 자율책임경영을 강화했다. 또 중소기업그룹을 분리·신설해 신성장산업 중심으로 중소기업대출 경쟁력을 강화했다. 또 우리은행은 우량 중견기업 지원 프로그램 '라이징 리더스 300'에 시중은행 단독으로 참여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최근 우리벤처캐피탈 인수를 통해 기업금융 벨류체인 체계를 구축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기업금융에 많은 자원과 역량을 투자하고 있다"면서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의 성장도 다각도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