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에서 몇 번의 클릭만으로 더욱 싼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 플랫폼이 오는 31일 처음 모습을 드러낸다. 은행권의 과점 체계를 뒤집겠다는 금융당국의 주도 아래 비교대출 '무한 경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아직까지 업권 간 이견이 적지 않은 탓에 출발부터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완전경쟁'인 줄 알았는데···눈치싸움 속 '반쪽 출발'
손쉽게 대출을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 플랫폼이 반쪽짜리 플랫폼으로 출발할 전망이다. 금융소비자들이 대환대출을 원스톱으로 이용하기 위해선 최대한 많은 은행·상품들을 플랫폼에 들여놔야 하는데, 대출시장의 큰손인 시중은행들의 참여는 저조하다. 플랫폼 기업들이 제휴처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오는 31일 출정식에는 소수의 플랫폼 기업만 출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24일 금융권·당국에 따르면 국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이 입점하는 대환대출 플랫폼은 카카오페이·네이버파이낸셜·토스·핀다 등 상위 플랫폼 기업들로 제한됐다. 특히 주요 대출비교 플랫폼 기업으로 꼽히는 이른바 '네카토핀'은 현재까지 평균 24~25개의 금융회사와 입점 계약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시중은행들의 참여는 부족했다.
대환대출 플랫폼은 신용대출을 다른 금융회사로 옮길 때 대출을 갚고, 새로 받기 위해 창구를 방문할 필요 없이 하나의 온라인 플랫폼에서 실시간으로 갈아탈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대환 대상은 신용대출 전체 시장의 90%를 웃돌고, 연간 12조원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담보대출은 포함되지 않는다.
네이버파이낸셜에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토스에는 신한은행·NH농협은행이, 핀다엔 하나은행이 입점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자체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는 신한은행과 핀테크 업체 뱅크샐러드가 31일 출범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하면 여타 플랫폼 기업들은 마땅한 제휴처를 찾지 못해 출시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당초 금융당국은 대다수 금융회사가 참여하는 '완전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고, 통합시스템을 구축해 원스톱으로 대출 이동이 이뤄지길 기대했다. 하지만 입점 상품 자체가 제한적일 경우 온전한 비교가 어렵기 때문에 시장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려울 수 있다.
플랫폼 기업들은 협의를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지만, 은행권의 참여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플랫폼 기업 관계자는 "현재 은행들은 당국의 계획과는 다르게 빅플레이어 한두 곳만 골라 입점하고 있다"면서 "마지막까지 제휴할 수 있는 곳들을 몰색하겠지만, 중소형 규모의 핀테크 기업들은 시중은행들과 아예 입점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금리 전면전' 앞두고 은행권 고심···"빅테크 종속 우려"
시중은행들이 대환대출 플랫폼에 참여하는 것을 고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눈에 띄는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애초에 플랫폼 자체가 은행권 과점 체제를 허물고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의도로 추진된 만큼,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주요 시중은행은 득보다는 실이 많을 수밖에 없다.은행권의 주된 우려는 대출상품 이용 고객이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소비자들은 조금이라도 금리가 낮은 대출을 이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 쉽고 간편하게 조금이라도 낮은 금리의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금융소비자들이 예·적금은 안전한 대형 은행에 예치하면서 대출은 금리가 조금이라도 싼 다른 금융사에서 받는다면 대형 은행들은 소매금융에서 이익을 낼 수 없는 상황에 몰린다.
은행 일각에서는 중도상환수수료 등을 고려하면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해 금융소비자들이 얻을 수 있는 편익이 제한적일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은 중개수수료 명목으로 플랫폼을 운영하는 핀테크 기업에 수수료를 지급하는데 은행도 금융소비자도 실익이 없다면 결국 핀테크 기업에만 좋은 일을 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은행업 판도가 크게 뒤흔들릴 수 있다는 것도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다. 앞서 플랫폼 사업이 침투한 택시업계가 빅테크에 종속된 사례가 은행권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예컨대 다수 금융소비자가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해서만 대출상품을 검색해 가입한다면 은행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플랫폼에 참여할 수밖에 없고, 수수료 등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네카토핀'으로 불리는 핀테크 기업들이 대출비교 플랫폼 시장을 9할 이상 장악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권에서는 자체적인 대환대출 플랫폼을 꾸리는 등 내부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대환대출 플랫폼의 활성화를 바라는 핀테크 업계는 내심 못마땅한 눈치다. 은행들이 자체 플랫폼을 구축해 대출상품 정보를 해당 플랫폼에만 제공한다면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불만도 나온다.
또 다른 핀테크 기업 관계자는 "핀테크 업계에도 균등한 대출상품 정보가 제공된다면 은행권이 자체 플랫폼과의 경쟁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그러나 국내 5대 시중은행이 모두 참가하는 핀테크 플랫폼이 하나밖에 없는 것을 보면 공정한 경쟁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직전까지 참여 독려···금융당국, '12조 시장' 흥행 사활
업권 간 눈치 싸움이 계속되면서 금융당국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연초부터 은행권 과점 체제를 개선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현재까지 어떤 결과물도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대환대출 플랫폼까지 흥행이 저조할 경우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에 당국에서도 금융회사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한편, 적극적인 홍보를 펼치겠다는 계획이다.금융당국은 대환대출 플랫폼 출시에 맞춰 공격적인 홍보를 계획하고 있다. 우선 금융위는 막판까지 금융회사들의 플랫폼 입점을 독려하고, 대환대출 플랫폼에 어떤 회사가 들어가는지 등을 정리해 오는 30일 대환대출 플랫폼 인프라 구축 현황을 공유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모든 금융회사가 모든 플랫폼에 참여하는 그림은 아니겠지만, 국민이 더욱 쉽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안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는 핀테크 등 플랫폼 기업에게 대환대출 플랫폼 출시 일정에 발맞춰 적극 홍보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출시 일정과 이용방법 등을 정확하게 공지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흥행을 도모하라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로 토스와 핀다는 플랫폼 출시 이전으로 사전신청도 받고 있다. 토스의 경우 사전신청 고객만 28만명을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금융당국이 플랫폼 흥행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정부가 연초부터 은행권 과점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꺼내들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지난 2월 중순부터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열고, 매주 논의를 진행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결과물이 없는 상황이다. 특히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글로벌 금융시스템 리스크 전이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은행권 과점 체계를 허물기 위한 챌린저뱅크, 스몰라이선스 등의 논의는 사실상 멈춰섰다.
당국은 내달 중 종합 발표를 계획하고 있지만, 매주 진행되는 TF 논의에 점점 힘이 빠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렇듯 실제적인 금리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대환대출 플랫폼을 흥행시켜야 한다는 당국의 의지가 강력한 만큼, 출시 이후로도 활성화 논의는 이어질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압력으로 플랫폼에 참여해야 하다보니 현재까지는 서로 눈치 보면서 입점을 고민하는 중"이라면서도 "플랫폼 흥행에 대한 당국의 의지가 상당한 만큼, 제휴 움직임은 계속 확대돼 경쟁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