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하나증권을 시작으로 증권사들의 신탁·랩어카운트 운용 실태를 들여다본다. 채권시장에서 암묵적으로 인정됐던 자전거래와 파킹 등 불합리한 기존 관행을 겨냥한 검사로 풀이된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8일부터 하나증권을 대상으로 신탁과 랩어카운트 운용 실태 전반을 살펴보기 위한 수시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시검사는 일반적으로 2주 정도 소요되는 만큼 이번주 중으로 검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필요에 따라 기간이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하나증권이 첫 검사대상이 된 까닭은 최근 몇년간 눈에 띄게 신탁과 랩어카운트 운용 규모를 확대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신탁과 랩어카운트 상품이 리테일은 물론 자산관리(WM) 영업의 핵심 축인 만큼 하나증권을 시작으로 이번 검사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탁과 랩어카운트에 담기는 자산 대부분이 채권이라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금감원이 이번 검사를 기획하며 오랜 시간 관행처럼 여겨온 채권시장의 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한 단속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주목하고 있는 불건전 영업행위는 자전거래나 파킹같은 모든 통정매매다.
통정매매는 주식과 채권 등 유가증권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부당 이득을 취하고자 가격을 사전에 의논해 담합하는 거래다. 이중 자전거래는 금융회사가 운용하는 펀드 또는 계정 간 자금 거래로 통상 수익률이 악화했을 때 이를 끌어올리고자 암묵적으로 행해졌다. 자본시장법상 불건전 영업행위로 규정돼 있지만 시행령상 펀드 환매에 따른 불가피한 경우에는 허용하고 있어 암묵적으로 인정돼왔다.
채권 파킹은 매수한 채권을 장부에 곧바로 기록하지 않고 다른 중개인에게 맡긴 뒤 추후 펀드매니저가 직접 매수하거나 다른 곳에 매도하는 행위다. 시장에선 이를 무차입 공매도와 비슷하게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탁·랩어카운트 검사는 연초 금감원이 감독방향을 설명하면서 예고했던 내용"이라며 "다른 증권사로도 검사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감원은 이번 하나증권 검사를 통해 채권형 랩 신탁 관련 업무실태를 전반적으로 파악한 후 추가적인 검사대상 회사와 향후 일정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