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장을 추진 중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대주주 적격성이 도마에 올랐다. 모회사인 에코프로비엠 이동채 회장이 법정 구속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회장이 주가조작 혐의를 받았다는 점에서 자회사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 기업공개(IPO) 절차에 대한 철저한 심사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지난달 27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상장예정 주식수는 7237만8158주, 공모예정주식수는 전체 대비 20% 수준인 1447만6000주다.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이 맡았다.
이미 전구체 생산능력 기준으로 국내 최대규모를 갖췄다. 현재 포항캠퍼스에 연간 5만톤(t)의 전구체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했으며, 2026년까지 생산능력을 연간 20만t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IPO를 통해 자금조달에 나서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매출액은 6652억4800만원, 당기순이익은 155억8300만원이다. 자기자본 규모는 3143억100만원 수준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최대주주는 지난해 말 기준 52.78%(3055만9067주)의 보유지분을 가진 에코프로다. 에코프로의 최대주주는 이동채 회장(19.29%)이며 대표이사직은 김병훈 대표가 맡고 있다. 사실상 이 회장이 에코프로를 통해 사실상 에코프로머티리얼즈까지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 회장이 지난 11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2심에서 실형을 받고 법정구속됐다는 점이다.
서울고법 형사5부(서승렬 부장판사)에 따르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은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벌금 22억원과 추징금 11억원을 명령받았다.
앞서 이 회장은 2020년 1월~2021년 9월 에코프로비엠 중장기 공급계약 관련 정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되기 전 차명계좌를 이용해 미리 주식을 매매해 11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로 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 임직원 5명과 함께 기소됐다.
거래소의 상장심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신청회사는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경영권과 관련된 위험요소를 증권신고서에 상세히 기재해 투자자에게 해당 위험을 충분히 알려야 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구속으로 인해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최대주주 오너 리스크가 발생했다”며 “주가조작에 민감한 시기에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상장추진 자체가 불발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설립 초기부터 투자에 참여한 BRV파트너스(이하 BRV)가 로터스 그로스 2015펀드(BRV Lotus Growth Fund 2015, L.P), 로터스 3호 펀드(BRV Lotus Fund Ⅲ, L.P)를 통해 29.11%(18.9%, 10.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서 사외이사 적격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올 초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BRV파트너스 현직임원인 류재현 전무를 사외이사로 선임했기 때문이다.
사외이사 결격 요건으로 ‘회사와 거래관계 등 중요한 이해관계가 있는 법인의 이사, 감사, 집행임원 및 피용자’ 등이 꼽힌다. BRV파트너스와 에코프로머티리얼즈 간 지분관계를 감안하면 이해충돌 소지가 다분한 상황이다.
이처럼 대주주, 사외이사 등 경영진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가운데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BRV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BRV가 투자유치 목적으로 투자했던 주요 기업들의 경영이 악화되면서 에코프로머티리얼즈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기업가치가 700억원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장 후 엑시트를 통해 차익실현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PEF는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방법으로 상장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며 “PEF가 차익실현을 위해 상장 후 대규모 지분을 매각할 경우 기업 경영안정성이 훼손되고 투자자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