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자본적정성을 파악할 수 있는 순자본비율(NCR) 기준이 오히려 시장에 ‘착시효과’를 부추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와 신용평가사가 사용하는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증권사 자본적정성 지표로 활용되는 신NCR은 지난해 말 28개사 평균 796%로 집계됐다.
신NCR은 영업용순자본에서 위험액을 뺀 후 업무 단위별 필요유지자기자본으로 나눈 비율이다. 금융당국은 해당 비율이 100%를 밑돌면 부실자산 처분 등 경영 개선 권고를 통해 개입한다. 이에 증권사는 내부적으로 신NCR 비율을 200% 정도로 유지하려고 한다.
조사 대상 증권사 중 신NCR이 200% 이하인 곳은 케이아이디비(KIDB) 채권중개로 181%를 기록했다.
다만 신NCR은 증권사들이 권고 기준보다 최대 20배 이상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 등 잇달아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되며 신뢰도가 낮아진 상황이다.
이에 증권사들에 대한 위험 부담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 신용평가사들은 자체적인 NCR을 사용한다.
한국기업평가에서는 영업용순자본과 유형자산, 선급금, 잔존 만기 3개월 초과 대출채권(후순위 차입금 50%) 등이 포함된 수정 영업용순자본에서 PF 외 잔존 만기 3개월 초과 대출채권 12%, PF대출 18%, 총 위험액을 합친 수정 총 위험액을 나눈 수정 NCR을 사용한다.
한국신용평가는 연결기준 영업용순자본, 유형자산, 잔존 만기 3개월 초과 대출채권 등이 합쳐진 조정 영업용순자본에서 연결기준 총 위험액, 잔존 만기 3개월 초과 대출채권 18% 등을 더한 조정 총 위험액을 나눠 조정 NCR을 적용한다.
앞서 활용됐던 구NCR과 비슷한 구조다. 구NCR은 영업용순자본에서 총 위험액을 백분율로 나눈 값이다. 구NCR이 적용됐을 당시 금융당국에서는 150% 이상 유지할 것을 권고했다.
구NCR을 적용하면 신NCR 상위에 있던 증권사의 자본적정성이 상대적으로 많이 부실해진다.
구NCR 하위 증권사를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 145.91% △하나증권 149.72% △신한투자증권 150.21% △NH투자증권 164,58% △다올투자증권 166.9% 등이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신NCR이 가장 높았던 미래에셋증권은 재무건전성 판단 기준에도 못 미치는 수준까지 떨어진다. 이는 해외 법인 등을 통한 글로벌기업금융(IB) 비중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사는 구NCR에 대해 현재 자본시장 상황과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현재 신NCR 기준에만 부합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구NCR이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NCR에 대한 시장 신뢰도가 낮아진 건 인정한다”면서도 “현재 자본적정성 지표로 쓰이는 신NCR 기준에 우선 맞춰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새로운 자본적정성 지표와 기준을 도입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가 구NCR을 아예 외면하면서 신NCR 기준에만 맞춰 영업용순자본 비중을 조절하는 등 자본적정성 ‘착시효과’가 생기고 있다”며 “신NCR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진 상황에서 새로운 자본적정성 기준 도입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