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시스템 리스크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국내외 금융·경제전문가 76명 중 53.9%가 '가계의 높은 부채 수준·상환 부담 증가'를 국내 금융시장의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했다. 조사는 지난달 5일부터 17일까지 금융기관, 연구소, 대학, 해외 금융기관 한국 투자 담당자 등의 의견을 물은 것이다. 주요 리스크는 전문가들이 꼽은 5대 위험요인 중 응답비중이 50%를 넘는 것으로, 5개 리스크 요인을 꼽는 질문에 대한 답을 단순 집계한 것이다.
높은 부채수준에 이어 △부동산시장 침체 48.7% △금융기관 대출 부실화·우발채무 현실화 43.4% △대규모 자금인출 가능성 43.4% △기업의 업황·자금조달 여건 악화에 따른 부실위험 증가 42.1% △국내 금융·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32.9% △경상수지 적자 지속 31.6% △미국의 통화정책 긴축 장기화 28.9%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하반기 조사와 비교해 주요 리스크 요인이 유지된 가운데 상위 6개 리스크 요인 중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글로벌 공급 차질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빠지고, '경상수지 적자 지속'이 새롭게 포함됐다.
특히 기업 부실위험을 비롯해 금융기관 대출부실화, 국내 금융·외환 시장변동성, 경상수지 적자, 부동산시장 침체 등 가계부채를 제외한 주요 리스크는 주로 1년 이내 발생할 단기 위험으로 분류됐다. 그 외 가계부채와 관련된 리스크는 주로 1~3년 내 위험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됐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 조사와 비교해 발생 가능성과 영향력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금융시스템의 위기를 초래할 단기적인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지난해 하반기에는 '매우 높음', '높음'으로 응답한 비중은 크게 하락(58.3%→36.8%)한 반면, '낮음' 또는 '매우 낮음'으로 응답한 비중은 큰 폭 상승(5.6%→27.7%)했다.
응답자들은 '부동산시장 침체'를 상대적으로 발생 가능성과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력이 모두 큰 요인으로 평가했고, '금융기관 대출 부실·우발채무 현실화', '대규모 자금인출 가능성' 등은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발생 시 금융시스템에 미칠 영향력이 크다고 답했다.
향후 취약성이 가장 부각될 것으로 판단되는 금융업권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저축은행, 상호금융, 중·소형 증권사, 캐피탈사 등 비은행업권을 지목했다. 특히 해당업권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향후 주요 취약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정책 제언으로 금융기관의 유동성 대응능력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및 대내외 금융시장 불안 발생시 적절히 유동성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금융기관의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유도하고,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통한 금융시스템 내 잠재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