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측이 뇌물 혐의 재판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검찰 수사 과정 중 진술을 번복한 사실을 문제삼자 유 전 본부장이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라고 맞받아쳤다. 유 전 본부장이 반대신문을 받던 도중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자 재판부가 휴정을 선언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2일 오후 정 전 실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의 7차 공판을 열고 증인으로 출석한 유 전 본부장의 정 전 실장 측 반대신문을 진행했다.
이어 "5000만원을 남욱과 김만배 중 누구로부터 받았는지 기억 못한다는 진술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유 전 본부장은 진술 번복에 대해 “당시 다 털어놓기 힘들었다"며 "정말 사실대로 후련하게 얘기하고 싶은 마음과 그간 쌓아온 정이 반반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정 전 실장 측이 "그러면 이 법정에서 진술 번복 될지 어떻게 알겠나"고 하자 유 전 본부장은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며 "법정에서 위증을 한다면 벌을 받겠다. 그래서 조서 내용도 안보고 이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달한 돈이 담긴 쇼핑백 크기, 색깔 등 구체적인 질문이 이어지자 유 전 본부장은 "마음이 아프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정 전 실장 측은 2022년 10월경 검찰의 면담 조사를 받았던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했다. 그러면서 "증인은 장소나 일시는 기억안나는데 자세한 경위는 진술했다"며 "3일간 면담조사를 거친 후 17일에는 기존 진술을 뒤집었다"고 말했다. 면담조사에서는 피의자 신문 조서를 작성하지 않는데 이 기간 전후로 진술이 번복됐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다만 유 전 본부장이 면담조사 과정보다는 조사 당시 진술 내용에 대한 답변을 반복하자 판사가 "면담 과정 중 협의해서 17일(면담조사 다음날)에 조서를 받은 게 아닌가 해서 물어보고 있는 듯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유 전 본부장의 건강악화 호소로 재판이 예정보다 일찍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