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고물가·저출산·고령화 등 한국 경제 안팎에 산적한 복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떠한 리스크를 주시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할지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아사카와 마사쓰구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는 혹여나 발생할 수 있는 자본 유출 리스크를 언급했고, 정대희 한국개발연구원(KDI) 글로벌경제연구실장은 '회복력 강화'를 주문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크레이머 교수는 국내 저출산 이슈 해결책으로 "부분적인 이민정책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2일 오전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56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 기자회견에 나선 아사카와 마사쓰구 ADB 총재는 한국 경제 전망을 묻는 질문에 "올해 1.5%인 경제성장률이 점진적으로 2.2%까지 상승하며 수년간 성장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갑작스러운 자본 유출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아사카와 총재는 "최근 미국이 통화긴축 움직임을 완화 태세로 바꾼 만큼 이러한 압박도 많이 완화됐지만 여전히 (자본 유출)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우려 목소리를 냈다. 물론 자본 유출이 발생하더라도 한국이 외화유동성 부족을 겪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덧붙였다.
아사카와 총재는 "(한국) 외환 보유 비율이 120%라고 한다면 최소 기준(80%)보다 훨씬 높은 상황"이라고 이 같은 주장에 힘을 보탰다.
또한 이날 한국 경제가 향후 헤쳐 나가야 할 과제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기업 부채, 비은행 금융기관 취약성,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미국 은행 불안정성 등이 언급되기도 했다. 이날 '한국 세미나의 날' 세션에 패널로 참석한 정대희 KDI 실장은 "한국 경제는 여러 위기에 직면했을 때 회복력을 보였고 그간 위기 관련 정책 대응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지를 알려준다"면서 회복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한국 경제와 관련한 복합 위기 리스크 개선 방향에 대해 "인플레이션을 낮추고 부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금융 안정성을 강화하고 공급망 안정성을 회복해 경제에 역동성을 되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디지털화를 이루고 산업정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면서 "재정준칙 도입과 연금 개혁, 탈탄소화를 위한 전환 메커니즘 도입을 통해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한편 이날 ADB 연차총회에 연사로 참석한 마이클 크레이머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대담과 기자회견 등 기회가 닿을 때마다 한국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지적하며 그 대안으로 이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레이머 교수는 "정치적으로 예민한 문제이긴 하지만 저출산·고령화 이슈는 한국 경제에 도전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완전한 이민정책이 어렵다면 부분적으로 적용 가능하다"면서 "범죄와 문화 변화 우려를 줄이면서도 저출산 해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홍콩, 싱가포르, 이스라엘 사례 등을 통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