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뒤흔들고 있는 전세사기 피해 사태와 관련해 은행권과 금융당국이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저리 대환대출'에 나서는 등 대규모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올 하반기 중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면서 관계기관의 추가 지원과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 필요성이 함께 대두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저리 대환대출 상품 신청 접수를 시작했다. 이 상품은 전세사기 발생 이후 기존 전셋집에 거주해야 하는 임차인에 대해 전세대출 이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일종의 '갈아타기' 상품이다. 연 1.2~2.1% 금리로 최대 2억4000만원(보증금 80% 이내) 한도에서 이용할 수 있다.
우리은행에 이어 KB국민과 신한, 하나은행도 다음 달부터 전세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대환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전세 또는 주택 구입 자금 지원과 첫 1년간 대출금리 2%포인트를 면제해 주기로 했고, 신한은행은 무료 법률 상담과 소송비용 지원 계획을 추진한다. 하나은행은 5000억원 규모 금융 지원안을 발표했는데 대출 실행 후 발생하는 최초 1년간 이자 전액을 면제해주는 내용이 담겼다.
금융당국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금융위원회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 규제를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전세사기로 인한 매각·경매에 대해 밀착 모니터링에 나서고 있다. 금감원은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38건 중 37건에 대한 경매기일이 연기됐다"고 말했다.
실제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 서울 연립·다세대주택 전세거래 가격을 비교한 결과 조사 대상 중 절반 이상(1471건 중 804건)이 하락 거래로 파악됐다. KB경영연구소도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전세가격이 급등했던 2021년 이후 계약된 전세 만기가 도래하는 만큼 계약 갱신 시 보증금 반환 이슈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안팎에서는 그간 제시된 여러 지원책만으로 향후 확산될 전세사기 충격을 최소화하고 재발을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여전하다. 전세대출은 서민들에게 주택자금을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효과적인 주거 복지책으로 꼽히지만 여타 대출 대비 느슨한 구조여서 관리감독이 쉽지 않다.
박춘성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세대출 보증비율 감소로 전세계약 상호이익이 일부 훼손될 수는 있지만 그 이익으로 인해 대내외 여건 변화에 취약한 불완전 사적 계약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더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면서 "당장은 전세반환금 보증 비율을 지금보다 더 낮춰 거래 당사자들이 불확실한 금전 거래 계약 위험을 좀 더 회피할 수 있도록 하고, 임대차계약신고가 들어오면 임대인에게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