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9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만약에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이라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조건부'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이번 인터뷰는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앞두고 이뤄졌다.
다만 "그러나 전쟁 당사국(러시아)와 우리나라의 다양한 관계들을 고려해서, 그리고 전황 등을 고려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 뿐"이라고 부연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미국 등 서방 진영의 거듭된 요청에도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에 대해선 "감시 정찰자산을 더 확충하고, 정보 분석 등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며 "(미국의) 확장 억제도 있지만 초고성능, 고위력 무기들을 개발해서 준비해 나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남북 간 핵이 동원되는 전쟁이 벌어진다면 이것은 남북한의 문제만이 아니라 동북아 전체가 아마 거의 재로 변하는 일이 생기지 않겠나 싶다"며 "막아야죠"라고 말했다.
이번 미국 방문을 계기로 북한 핵위협 억제를 위한 동북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결성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윤 대통령은 "강력한 핵 공격 대응 측면에서 나토 이상의 강력한 대응이 준비돼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특히 "북핵 위협에 한국, 일본 다 공히 노출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한‧미‧일 3자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동북아판 나토에) 일본이 참여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동시에 3자가 진행하기에는 지금 한‧미 간에 진도가 많이 나갔기 때문에 먼저 한‧미 간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보여주기식 남‧북 정상회담'이 없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선거에 임박해서 남‧북 정상회담을 활용하고, 결국 남‧북 관계가 늘 원점으로 되돌아가기를 반복(했다)"면서 "과거에도 남‧북 정상들이 만난 적이 있지만, 상당한 기간을 두고 단계를 밟아나가고 또 국민적인 지지를 받아가면서 정상이 만나 물꼬를 트고 갔다면 남‧북 관계는 거북이걸음이었지만 꾸준하게 발전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중국과 대만의 양안 갈등에 대해선 "이것은(대만 긴장 고조)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고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대해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며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고 남북한 간의 문제처럼 역내를 넘어서서 전 세계적인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