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분향소 갈등 첨예화…이번주 강제 철거되나

지난 15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사진=유대길 기자[e-mail]]

서울광장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를 놓고 서울시와 이태원 참사 유족 간 갈등이 첨예화하고 있다. 서울시는 분향소 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고 유족들은 이를 막기 위해 24시간 분향소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이태원 참사 유족과 더 이상 대화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행정대집행 가능성을 예고했다.

시는 유족 대리인 측과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시와 유족 대리인은 지난 2월 16일부터 이달 6일까지 총 16차례 만나 면담했다. 시는 서울광장 분향소 자진 철거를 요구하고 있으나 유족 측은 거부하면서 대치하고 있다.

 

서울시, 유족 측에 변상금 2900만원 부과···갈등 고조

시가 서울광장 합동분향소 운영과 관련해 유족 측에 변상금 약 2900만원을 부과해 갈등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은 지난 14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변상금 부과를 두고 "분향소 철거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며 "분향소 철거는 유가족들에게 맡겨 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해왔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분향소 철거를 통해 참사 관련 기억을 지워 정치적 부담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라고 이 대표 직무대행은 설명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지난 11일 입장문을 통해서도 "서울시는 부당한 고액 변상금 부과로 (유가족들을) 몰아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분향소 운영은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15조에 따른 '관혼상제'에 해당해 현행법상 허가·신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는 유가족협의회 측 주장이 근거가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변상금 부과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공유재산법)'과 '서울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른 결과라고 말했다. 변상금은 현재 분향소가 점유하고 있는 부지의 개별 공시지가와 점유 면적·기간 등을 고려해 산출됐다는 주장이다.

또 분향소가 현행법상 허가·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유가족협의회 측 주장에 대해서도 "공유재산법과 서울광장 조례에 따르면 공유재산을 무단으로 점유하면 변상금 부과와 행정대집행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관혼상제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5조에 의거해 집회 신고 시 예외사항일 뿐이며 서울광장에 적용되는 규정과는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22일 서울광장에서 대규모 행사···강제 철거 분수령

시가 행정대집행에 나선다면 시점은 이달 22일 이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책읽는 서울광장'이 오는 22일 서울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시는 유촉 측 분향소 자진 철거를 무한정 기다리기 어렵고 서울광장에서 진행되는 행사를 시작으로 서울시민에게 서울광장을 완전히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유족들은 이달 중 분향소 자진 철거 계획은 없으며 시의 행정대집행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진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대외협력팀장은 "행정대집행 시점은 짐작하기 어렵지만 분향소를 24시간 지키며 이에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