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고위직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알선수재 사건을 저지른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 사건이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민주당 내부에서는 총선을 1년 앞두고 '대형 악재'가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의혹이 윤관석(인천 남동을)·이성만(인천 부평구갑) 민주당 의원으로까지 확대되면서 향후 검찰 수사에 따라 정세가 요동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관석·이성만 '정치탄압' 반발...의총서도 '결백' 호소
검찰은 전날 윤 의원의 국회 사무실과 지역사무실,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고, 이 의원의 지역사무실과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이 전 부총장의 휴대전화에서 지난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돈 봉투를 윤 의원에게 전달해 달라는 녹음파일을 확보한 것이 화근이 됐다. 그의 휴대전화에는 강래구 당시 한국공공기관감사협회장이 "봉투 10개가 준비됐으니 윤 의원에게 전달해달라"고 말한 통화 녹음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당시 전당대회에서는 송영길 전 대표가 선출됐다.
당사자들은 검찰의 정치탄압으로 규정하고 즉각 반박에 나섰다. 윤 의원은 이날 오전 언론에 보낸 입장문에서 "어제(12일) 검찰의 압수수색은 야당 전당대회를 겨냥한 초유의 정치탄압이며 최소한의 사실관계도 없이 이루어진 국면전환용 무리한 기획수사"라고 주장했다. 이성만 의원도 전날 "진술만으로 야당 의원들을 줄줄이 엮어 정치탄압에 몰두하는 검찰의 야만적 정치적 행태를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윤 의원과 이 의원은 이날날 당 의원총회에서도 자신의 '결백'을 다시 한번 호소했다. 이날 비공개회의에선 두 의원이 신상발언을 통해 검찰의 수사와 항간의 보도에 대해 '근거 없는 이야기'라며 무죄를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 탄압이자 국면 전환을 위한 무리한 검찰의 기획 수사"라고 비판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 또한 "(윤 의원이) 내부 전당대회 진행됐던 이야기를 (검찰이) 기획수사하고 뒤집어씌우는 것은 검찰의 무지막지한 탄압이라 규정하고 잘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며 "이 의원도 같은 취지의 말을 했다"고 전했다.
◆野 "이정근 이미 기소"...일각에서는 송영길로 번지나 주목
당내 일각에선 압수수색 시점에 대한 의구심도 이어지고 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부총장 휴대폰) 포렌식이 오래전에 있었는데 묘한 시기에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것 같다"며 "여당으로서는 국면 전환이 필요한 시기 아닐까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관계자 역시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검찰의 압수수색 시점이 묘하다. 이미 이정근 전 부총장에 대해서는 기소가 이뤄졌다"며 "그렇다면 수사단계에서 이미 충분히 조사가 됐을 텐데 왜 이 타이밍에 나오는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노웅래·노영민·이학영 민주당 의원도 뇌물수수, 취업청탁 의혹 등 이 전 사무부총장 사건에서 파생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사무부총장이 송 전 대표 체제에서 당직을 지냈던 만큼 참고인 신분인 송 전 대표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의원들은 당황스럽다는 태도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정권 견제를 위해 야당에 투표하겠다'는 유권자가 50%를 넘어선 가운데, 자신감 있는 분위기에서 몸을 풀던 민주당 총선전략에 대형 변수가 들이닥친 셈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당 대표도 말을 아끼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민주당 전대 돈 봉투 의혹 수사를 정치 탄압이라고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제 그만하시죠"라며 즉답을 피하기도 했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당 안에서도 검찰의 국면전환이 다시 시작됐다는 분위기다. 검찰이 다시 야당 목조르기를 시작하는 것 아닌가 싶다"며 "지금 상황에서 섣불리 말하기는 그렇지만 여러 명이 대상인 것도 그렇고 우선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