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질문 이틀째, 막말·고성...與野 '양곡관리법·대일외교' 난타전

2023-04-04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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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양곡관리법 시행 땐 매년 강제 매수"…민주당 "뭐가 매년인가" 호통

野 윤관석 "총리 '돌덩이' 발언, 피해자 상처"...한 총리 "왜곡 말라" 반박

한덕수 국무총리(왼쪽)가 4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막말과 고성. 국회 대정부질문 이틀간(3~4일)의 한 줄 요약이다.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민생은 뒤로 한 채 여야는 날 선 정치적 공방만 해댔다. 정부·여당은 스크럼을 짜며 윤석열 정부의 정책을 두둔하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야당의 '망신주기식' 질문을 지켜보는 부끄러움도 결국 국민의 몫이었다.

4일 경제 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한·일 정상회담 결과가 도마에 올랐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쌀값 폭락 문제를 방치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야당의 공세에 한덕수 국무총리 등은 "농민을 위한 법도, (국가) 재정을 위한 것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여당은 '야당의 트집 잡기'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절차를 무시한 법이 시행되기 전에 누군가는 그에 대한 제한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의미에서 재의 요구 결정이 타당하다"고 비호에 나섰다.

◆양곡관리법 '동상이몽'…'강제 매수' 가능성에 이견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재의 요구를 한 것은 부적절하다며 공세를 펼쳤다. 신정훈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은 쌀값을 정상화해 달라는 절박한 농심을 짓밟고 끝내 양곡관리법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입법권에 대한 중대한 도전을 넘어 국민의 삶과 쌀값 정상화에 대한 포기 선언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야당과 정부는 이날 양곡관리법을 둘러싼 △강제 매수의 경제적 효과 △정부의 통계 자료 신뢰성 등을 두고 이견을 보였다.

한 총리는 양곡관리법이 통과될 경우 올해부터 오는 2030년까지 매년 강제 매수를 해야 하고, 이 때문에 농민들이 갖고 있는 농지 면적을 줄여야 할 인센티브(유인책)가 없다는 이유로 법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한 총리가 이 같은 주장을 한 데에는 쌀농사가 가진 특성 때문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쌀농사는 규모의 경제적 특성을 갖고 있어 재배면적이 커질수록 생산비가 떨어져 농가의 수익률을 떨어트린다. 이에 재배면적이 클수록 농민들이 생산량의 피해를 덜 받게 되는데, 양곡관리법이 통과될 경우 농민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재배면적 감소'를 유인할 아무런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논리인 셈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부의 강제 매수는 거의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전 생산 조정을 통해 사후적인 과잉 생산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게 양곡관리법 취지"라고 반박했다.

신 의원은 "총리께서 말씀하시는 것은 양곡관리법의 일면만 얘기하는 것"이라며 "지금 쌀이 과잉이라는 것을 충분히 인정하나"라고 했다.

그러자 한 총리는 "소비가 줄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대책을 정부가 과감히 하면서 동시에 어느 시점에 과잉이 돼서 가격이 폭락한다, 이렇게 되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이라고 했다.

정부 통계 자료 신뢰성을 두고도 야당과 한 총리는 이견을 보였다. 신 의원은 이날 박근혜 정부의 정책 자료를 예로 들며 "사전생산조정을 통해 사후적인 과잉생산을 완전히 제거하자는 것이 양곡관리법의 취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그래프는 정부로부터 받은 자료다. 생산 조정을 하면 시장 격리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문재인 정부 (자료를) 한번 보라. 보기 싫겠지만. 문 정부 3년 동안 평균 688억원의 생산조정을 통해 생산과잉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자 한 총리는 "이 그래프는 미리 주신 적도 없고 이 문제를 갖고 검토한 적도 없다"며 "지금 갖고 있는 자료는 우리가 평소에 가장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고 생각하는 자료를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신 의원과 한 총리가 양곡관리법을 두고 질의를 이어가는 동안 본회의장은 고성으로 가득 찼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승남 의원은 "뭐가 매년 (강제매수) 인가"라고 거듭 소리쳤고, 국민의힘 간사인 이양수 의원은 "답변 좀 들으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서영교 의원이 신 의원을 향해 "신정훈 의원의 말이 다 맞다"고 하자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서영교 의원은 다 틀리다"고 하기도 했다. 

◆韓 '돌덩이' 발언에...與 "진의 왜곡" 野 "돌덩이 총리"

전날 진행됐던 정치·외교·통일·안보 대정부질문에서 한 총리의 '돌덩이' 발언을 두고는 여야 의원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한 총리도 이에 맞서 이례적으로 고성을 지르며 "의도를 곡해하지 말라"며 맞받았다.

두 번째 질의에 나선 윤관석 민주당 의원은 한 총리를 향해 "어제 답변 과정에서 돌덩이를 치웠다고 했다. 상당히 부적절했다"며 "이 부분 상당히 부적절해서 (강제동원 피해) 당사자와 국민이 상처받았다. 부적절한 비유였지 않나"라고 물었다. 한 총리가 "아니다"라고 답하자 본회의장 곳곳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한 총리를 향해 "일본 총리, 돌덩이 총리"라며 소리를 질렀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답변을 들으라"며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날을 세웠다.

한 총리도 이례적으로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대정부질문에 차분한 태도로 일관했던 한 총리는 "제가 어떻게 대한민국 국민에게 돌덩이라고 하겠나. 그렇게 곡해하지 말라"며 "잘못 판단하지 말라. 그런 뜻으로 얘기한 게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에도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는 잦아들지 않았다. 이에 김진표 국회의장이 중재에 나섰다. 김 의장은 "총리는 윤 의원 질문에 답변해 주길 바란다"며 "의석에서 질문하고 답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경청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한 총리는 세 번째 질의자로 나선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이 해당 발언을 두고 '표현의 의미를 정확히 다시 말해달라'고 재차 질문하자 "문제를 해결했다는 차원에서 그런 표현을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우리 징용 피해자를 지칭했다거나 국민을 지칭한 것은 전혀 아니다.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한·일 간의 최악의 관계를 가져온 기본적 요인, 어려움 그리고 문제를 해결했다는 차원에서 그런 표현을 썼다"고 해명했다.

◆한·일 정상회담 '후폭풍'…與 "가짜뉴스" 野 "정권 폭정"

한·일 정상회담 당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두고도 여야는 맞붙었다.

신정훈 민주당 의원은 "국민을 무시하는 대통령을 우리는 원치 않는다"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침묵하는 대통령"이라고 했다. 신 의원의 발언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국민의힘 의석에서는 일제히 고성이 터져나왔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가짜뉴스를 퍼트리냐"고 했고,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본회의장에서 가짜뉴스를 얘기하나"고 가세했다.

신 의원이 "윤 대통령은 어느 나라 대통령이냐"고 비판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대한민국 대통령이다"고 했다. 그러자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신 의원 멋있다. 후쿠시마 수산물도 막아달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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