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무풍지대, 대형·고가 아파트] 2~3년 만 거래에 17억 '쑥' 신고가 속출…30억 이상 아파트 매매도 증가

2023-04-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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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거래된 서울 대형 아파트 5건 중 4건 신고가…60% 이상 오른 곳도

[그래픽=아주경제]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강남 등 서울 주요 지역에서는 대형 면적 아파트 위주로 신고가가 나타나고 있다. 대형 아파트는 물량 자체가 희소하고, 수요층이 경기 흐름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아 시장에서 '불황 무풍지대'라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2~3년간 거래가 끊겼다가 기존 최고가를 웃도는 매매거래가 이뤄지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집값이 하락하긴 했어도 그간의 상승분을 반영하면 앞으로도 신고가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실거래가가 30억원 이상인 아파트 매매 거래량도 점차 늘어나는 분위기다. 
 
1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들어 매매계약이 체결된 전용면적 135㎡를 초과하는 서울 대형 아파트의 매매거래 총 5건 중 4건이 신고가를 찍었다. 
 
강남구 청담8차상지리츠빌 전용 203.5㎡는 지난 5일 신고가 38억5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직전거래 최고가 26억3500만원(2020년 4월) 대비 12억원이 오른 가격이다. 이틀 뒤인 7일엔 강남구 삼성동 롯데캐슬킹덤 전용 170.8㎡가 직전 실거래가이자 기존 최고가인 26억원보다 4억원 가까이 오른 29억8000만원에 매매 거래됐다. 

앞서 지난달 11일엔 강남구 도곡동 포스코트 전용 201㎡가 최고가 37억8000만원에 매매 거래됐다. 직전 거래이자 기존 최고가인 24억원(2020년 2월)보다 60%가량 상승했다. 금액으로는 13억8000만원이 오른 셈이다. 같은 달 18일 도곡동 상지리츠빌카일룸2차 244.3㎡는 82억1000만원에 매매되며 최고가를 다시 썼다. 직전 거래인 2019년 11월 64억5000만원에서 17억6000만원 올랐다.

업계에서는 대형 면적 매물은 물량 자체가 적은 만큼 일정 수요가 꾸준히 있고, 대출 규제나 금리 영향을 덜 받는다고 보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A씨는 "압구정에서도 대형 아파트의 급매가 소진되고 거래량이 조금씩 회복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며 "2~3년 전을 마지막으로 거래가 끊겼던 강남권 대형 면적, 가구 수 적은 단지 위주로 향후 신고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실제 지난달 서울 강남구 전용 135㎡ 이상 매매거래 20건 중 10건은 신고가를 경신한 거래였다.

지난달 17일 압구정하이츠파크 전용 213㎡는 최고가 60억원에 매매되며 1년 2개월 만에 5억원이 올랐다. 기존 최고가 20억원(2019년 3월)이던 삼성동 쌍용플래티넘 전용 152.25㎡도 지난달 13일 25억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기록했고, 같은 달 8일 강남구 삼성동 신동아듀크빌 전용 243.8㎡는 직전 최고가 31억5000만원보다 4억5000만원 오른 3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대형 아파트의 신고가 흐름에 대해 지난 2~3년간 거래가 없었던 물량이 나오면서 그간의 가격 상승분을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최근 신고가 나온 곳들 대부분이 2019~2021년 이후 거래가 끊겼던 곳들이 많다 보니 기존 최고가 대비 신고가에 거래될 가능성이 높다"며 "작년에는 아예 거래가 없다시피 했으니 예외적인 상황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 면적 아파트의 거래량도 늘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집계 결과 지난해 12월 31건이던 서울 지역 전용 135㎡ 초과 아파트 매매거래는 올해 1월 44건, 2월 72건, 지난달 78건으로 증가 추세다.

시장 침체 속에서 대형 아파트의 가격 방어도 두드러진다. KB부동산 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 4월 첫째 주(4월 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대형 면적 매매가격지수는 99.838로 가장 높았다. 올해 초(1월 3일) 대비 1.3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형 아파트 가격은 3.22%, 소형 아파트는 5.04% 감소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전체 규모(전용 40㎡ 이하~135㎡ 초과)별 아파트 매매가격이 모두 하락 전환한 지난해 7월 이래 8개월 동안 전용 135㎡ 초과 서울 아파트의 하락 폭이 가장 낮았다. 지난 2월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1.08% 하락했지만 전용 135㎡ 초과 아파트의 경우 0.51% 하락하는 데 그쳤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대형 면적, 고가 주택들은 가구 수 자체가 적어 희소성이 있고, 너무 고가여서 수요층이 일반인과 다르다"며 "물론 대형·고가 아파트도 가격이 조정되는 시기가 있지만, 입지 등 미래 가치가 높다고 판단돼 신고가 거래가 살아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30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 거래도 증가…1분기 거래량, 전분기 比 165% ↑

매매가격이 30억원 이상인 고가 아파트 거래도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국토부 실거래가 분석 결과 올해 1분기 실거래가 30억원 이상인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총 98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 37건보다 165%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하반기(7~12월)에 거래된 30억원 이상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 111건의 88%에 달한다. 
 
지난해 30억원 이상 아파트 매매거래는 7월에 43건을 기록한 이후 8월부터 월별 20건을 밑도는 등 '거래 절벽' 양상을 보였다. 4분기 월 평균 거래량은 12건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1월 26건, 2월 32건, 3월 40건으로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3월 실거래 신고기한이 남아있는 점을 고려하면 1분기 고가 아파트 매매량은 40건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KB부동산 시계열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당 5분위 아파트(상위 20% 가격) 매매가는 2.1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분위(하위 20%) –4.28% △2분위 –5.05% △3분위 –5.83%, △4분위 –4.12% 등 1~4분위 아파트는 모두 하락했다.
 
상위 20%인 5분위 아파트는 올해 들어서도 하락 폭이 작은 편이다. 올해 들어 3월까지 5분위 아파트 ㎡당 가격은 1436만8000원에서 1395만4000원으로 2.88% 감소했다. 같은 기간 4분위 아파트는 -3.32%, 3분위는 -3.08%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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