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눈치게임 언제까지] 근원물가·유가 불안 여전…"안심 일러" 신중론

2023-04-0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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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펙+ 감산 결정에 국제유가 들썩…전기·가스 등 공공요금도 변수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3월 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3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하지만 여전히 4%대 상승률을 유지한 가운데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등 상승 압력이 큰 모양새다. 

여기에 주요 산유국 모임인 OPEC+(오펙 플러스)의 원유 감산 결정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도 물가 상방 요인으로 꼽힌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56(2020년=100)으로 전년동월대비 4.2% 올랐다. 1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물가를 나타내는 근원물가는 4.8%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회했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것은 2021년 1월 이후 2년여만으로, 여전히 물가상승 압력이 높은 수준임을 뜻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한 데에는 석유류 가격(-14.2%)의 영향이 컸다. 3월 석유류 가격은 두달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며 2020년 11월(-14.9%)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는 결국 석유류 가격이 오르면 또 다시 물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3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5월부터 하루 166만배럴 감산을 결정하면서 국제유가가 요동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들의 실제 감산 규모가 발표보다 적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견하면서도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정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제유가에 이어 먹거리 물가도 들썩이고 있다. 지난달 농축산물 물가는 3.0% 올라 전월(1.1%)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특히 농산물이 4.7% 올랐으며 채소류 가격은 원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13.8%나 올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이달에도 배추, 무 등 엽근채소 가격은 출하량이 줄면서 5월까지 오름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양념채소 역시 양파와 대파 가격이 소폭 하락하겠지만 건고추와 마늘은 당분간 가격이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 

한은 역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둔화흐름을 이어가겠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의 둔화 속도는 이보다 더딜 것으로 예상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열린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향후 물가 경로상에 국내외 경기흐름, 공공요금 인상폭과 시기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특히 국제유가의 경우 SVB 사태 이후 글로벌 금융불안과 경기둔화 우려 증대로 상당폭 하락했지만, 최근 OPEC+의 추가 감산 결정으로 급반등하는 등 변동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아직 결정되지 않은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 여부도 물가 상승을 압박하는 '뇌관'이다. 지난달 31일 정부는 올 2분기부터 적용할 전기·가스요금 인상 발표를 돌연 연기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 등을 고려해 인상이 필요하지만 국민 부담 등을 고려해 인상 시기와 폭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고 있는 부분은 상당히 다행"이라면서도 "여전히 정부가 목표한 수준보다 두배 정도의 상승률을 보이면서 물가가 안정적으로 잡혔다고 보기는 힘든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제 에너지 가격을 전기·가스 등 공공 서비스 요금 등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OPEC+의 감산 결정은 추후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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