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미국의 한 미술대회에선 AI로 그린 출품작이 사람을 제치고 대상을 탔고 유명 패션잡지 코스모폴리탄은 AI가 그린 일러스트를 표지로 싣기도 했다. 하지만 기존 작품들을 학습해 재창작하는 AI의 작품들인 만큼 저작권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지난 27일 AFP 통신에 따르면 지난 1월 만화가 사라 앤더슨과 일러스트레이터 칼라 오르티스 등은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 법원에 생성형 AI 기업인 드림업·미드저니·스테이블 디퓨전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AI 기업들이 원작자 동의 없이 웹에 있는 작품을 동원해 AI 도구를 훈련했고 이는 예술가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르티스는 "AI 기업들이 수백만 달러를 버는 동안 원작자는 몇 센트만 받는 건 잘못됐다"라며 AI 학습에 기존 작품을 사용하려면 원작자와 정식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관해 개발자 출신 변호사 매튜 버터릭은 AI가 얼마나 차별화된 작품을 그려냈는지가 이번 소송의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국 법원에서 '변혁'은 마법의 단어다. 저작권 있는 작품을 단순히 도용한 것인지 아니면 시장에서 원본을 완전히 대체한 것인지에 따라 법원 판단이 갈린다"라고 설명했다.
사단법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한음저협)는 29일 "AI(인공지능) 등 미래 기술과 관련돼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AI 대응 TFT'를 발족했다"라고 밝혔다.
한음저협은 최근 챗-GPT(Chat-GPT) 상용화 등 AI로 인한 창작생태계의 붕괴를 우려하는 회원들의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방송음악시장에서 인간 창작자의 입지가 빠르게 축소되고 있고, 이는 악곡(멜로디) 위주의 짧은 곡이 대부분인 방송음악의 특징상 인공지능이 인간 창작자의 역할을 대체하기가 비교적 수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TFT를 이끄는 박학기 부회장은 "AI의 등장으로 생계를 위협받는 창작자에 대한 보호 조치가 논의돼야 할 시점에 오히려 관련 업계에서는 무료로 인간의 창작물을 AI 학습용 데이터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담은 입법 시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산업과 기술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그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 본연의 가치를 국회와 정부 차원에서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저작권법 전부개정안 제43조에 따르면, 이용자가 저작물에 적법하게 접근만 할 수 있으면 제한 없이 저작물을 정보분석(AI 학습용 데이터 가공·추출 등)을 위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EU, CISAC, WIPO 등 국제기구 단위로 논의되는 AI 저작권 관련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한음저협은 위 저작권법 전부개정안 제43조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음저협 관계자는 "프랑스, 영국 등에서는 연구, 비영리 등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 한해 저작물을 AI 학습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반면, 현재 발의된 국내 개정안은 상업적·영리적 목적의 이용에 대해서도 제한 없이 허용하는 규정이어서 저작권자의 권익을 지나치게 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AI와 관련된 이슈는 비단 데이터마이닝(TDM) 이슈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AI 생성물에 창작성을 인정할지, 인간과 AI가 공동으로 창작한 창작물에 대한 관리 방침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연구와 논의가 필요한 AI 관련 이슈가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