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전환의 시대에 두 대전환이 쌍두마차처럼 몰려오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대비하는 그린 대전환과 인공지능에 기반하는 디지털 대전환이다. 전자를 대표하는 상징이 기업 ESG 경영이라면 후자는 초거대 인공지능 활용, 특히 챗GPT가 상징적이다. ESG는 기업에 선택 사항이 아니라 의무가 되고 있으며, 후자는 기업의 선택적 상황에 따라 활용할 수 있다. 미국의 테슬라, 독일의 지멘스 및 벤츠, 한국의 SK 등 일류기업들이 앞다투어 ESG 경영을 도입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언론 특집이 이어지고 있다. 나아가 독일과 EU 등 선진국은 ESG 관련 법제를 도입해 체제 정비에 나서고 있다.
원래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첫 글자를 따온 합성어다. 환경에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수자원·생물다양성·대기오염 등이, 사회에는 인권과 관련된 노동·안전·보건 등이, 그리고 지배구조에는 이사회의 투명성과 공정성, 성, 나이 등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ESG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해 투자와 연관된 자본시장, 신사업 기회와 리스크를 배제하는 기업 경영, 에너지 혁명에서 우위를 점하는 국가 패권정책, 기업 이익과 환경 사이의 사회윤리, ESG 효용성과 측정 문제에 대한 비판 등을 들 수 있다.
선진국과 일류기업들이 ESG 경영을 선도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배경은 무엇인가?
온난화로 인해 지구가 파국으로 치닫지 않기 위함이다. 2015년 파리에서 열린 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195개국이 참여해 ‘파리기후협약’을 채택했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가 2도 이상 상승하지 않게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임계상승온도’라고 부른다. 온난화로 인한 홍수, 폭염, 기후변화 등으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환경 변화로 인해 탈탄소라는 새로운 기업경영을 추구하게 되었다.
글로벌 차원에서 독일이 먼저 2021년 7월에 ESG와 관련된 ‘공급망실사법(LkSG· Lieferkettensorgfaltspflichtengesetz)'을 제정해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 중이다. 인권 보호와 환경 보호 강화에 초점을 둔 법이다. 독일에 설립된 종사자 3000명 이상인 국내외 모든 기업에 적용되고, 독일 기업과 공급망으로 얽혀 있다면 실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어 한국 기업과도 무관하지 않다. 전경련은 한국 기업 수백 개가 연관될 것으로 추정한다. 또한 이 법은 2024년부터 종업원 수 1000명 이상 기업으로 대상이 확대된다. 실사 내용은 인권 침해와 관련 아동 노동, 현대판 노예제, 강제노동, 차별금지, 산업안전 보호, 적절한 임금 미지불 등 11가지 유형과 사람·환경에 유해한 물질 사용 등 환경에 관한 내용이 중심이다. 실사의 5가지 핵심 요소는 인권 존중에 관한 공공정책 성명서 준비, 실제적·잠재적으로 인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식별하는 프로세스 준비, 효과에 대한 적절한 완화 조치와 통제 마련, 일반에게 공개 보고, 고충처리 메커니즘 구축 여부 등이다. 기업의 실사는 원청, 하청, 그리고 간접 공급 업체까지 적용된다. 기업 책임이 전체 공급망에 걸쳐 있다고 판단하고, 주무 관청은 독일 연방수출통제청이다. 기업은 해마다 보고해야 하고 일반에 공개한다. 실사법을 위반한 기업은 전 세계 총 매출액 기준 4억 유로를 기준으로 벌금이 차등화된다. 총 매출액 4억 유로 이상은 총 매출액의 최대 2% 또는 최대 800만 유로, 4억 유로 미만은 총 매출액의 최대 0.35% 또는 최대 200만 유로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한다.
또한 ‘환경 규제 왕국’으로 불리는 EU는 올해 탄소 감축 등 환경 관련 규제 43개를 대폭 확대 도입했다. 2050년 탄소중립 도달 목표로 주요 산업정책에 기후목표를 포함하는 ‘그린 딜’을 신성장 전략으로 내세웠다. 기존의 환경 규제를 더욱 촘촘히 하거나 새 규제를 대거 도입했다. 특히 올해부터 EU는 역내외 기업에 탄소중립과 관련한 부담을 똑같이 지우기로 했는데, 10월부터 적용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대표적이다. 이는 EU로 수입되는 제품이 생산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만큼의 비용을 관세로 부과하는 제도다. CBAM이 2026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한국 철강·화학업계도 단계별로 연간 수백억~수천억 원을 추가로 부담할 수 있다.
또한 EU는 공급망 실사 지침, 기업의 지속 가능성 공시 지침(CSRD), 에코디자인 규정, 플라스틱세 등 전방위적으로 환경 규제에 나서고 있다. EU 조치에 한국 기업들은 부담을 느끼고 있지만 오히려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포스코나 LG화학은 중국과 인도 기업을 제치고 유럽을 선점할 기회라고 판단한다. 수소환원제철 등 일찌감치 탄소 저감 기술 개발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부와 기업은 어떻게 ESG 경영에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이에 대해서는 크게 4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정부의 역할이다. 독일처럼 정부가 적극 나서 대처하는 방안이다. 다행히 최근 산자부가 독일·유럽의 공급망 실사에 대응해 ‘K-ESG 가이드라인’ 제시했다. 나아가 공격적인 도전의 패러다임 챌린지가 필요하다. 한국의 경우 글로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크게 때문에 ‘대기업의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으로 유인하는 정책, 즉 중소기업을 위한 대기업의 ESG 기금 마련으로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들 수 있다. 대기업·중소기업이 상호 윈윈하는 전략이다.
둘째, 국회의 역할로 ESG 관련 법규 제정이다. ‘탄소중립산업보호·경쟁력강화 특별법’이 발의되었고, 한국형 IRA(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라고 볼 수 있다. 독일의 공급망실사법과 미국의 IRA를 아우르는 한국형 ESG 법제를 말한다.
셋째, ESG에 대한 일반시민의 인식 제고를 위한 언론의 역할이다. 언론의 공론화 작업이 중요하다. 공영방송이 앞장서 특집을 제작할 필요가 있다. ESG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과 왕성한 참여가 ESG 경영의 승패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ESG 경영을 잘 준수하는 기업이 생산한 제품 구매를 선호하는 시민이 많을수록 선진 사회다.
마지막으로 ESG 관련 협회 혹은 학회 등 여러 기관들의 역할이다. 독일의 경우 대표인증기관 TUV가 공급망실사법에 따라 기업들에 대해 인권과 환경에 대한 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세미나, 포럼, 자격증 부여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교육에 나서고 있다. 다행히 한국에서도 제주ESG경영협회와 전경련 등이 ESG 관련 세미나와 교육 사업을 시작했다. 온난화로 인해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의 ESG 대응 전략이 패스트 폴로가 아닌 창의적인 퍼스트 무버로 챌린지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택환 교수 주요 이력
▷독일 본(Bonn)대학 언론학 박사 ▷미국 조지타운대 방문학자 ▷중앙일보 기자·국회 자문교수 역임 ▷광주세계웹콘텐츠페스티벌 조직위원장 ▷현 경기대 산학협력단 교수
ESG!!우리 모두
환경을 생각하는 작은 실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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