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글로벌 경기 부진이 지속되면서 국내 지역경제가 소폭 악화 또는 보합세를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앞으로도 지역 경기 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 감소와 고물가에 따른 민간소비 약화 등으로 수출과 생산 모두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7일 한국은행 15개 지역본부가 발표한 '2023년 3월 지역경제보고서(골든북)'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 지역경제는 제조업 생산이 소폭 감소했고 서비스업 생산은 보합세를 보이면서 전분기 대비 경기가 소폭 악화됐다. 권역별로는 충청권과 대경권(대구, 경북), 강원권 및 제주권을 중심으로 소폭 악화됐고 나머지 권역은 전분기 수준으로 파악됐다. 이는 한은이 지난 2월 9일부터 3월 10일까지 업체를 모니터링하고 입수한 통계를 토대로 작성한 내용이다.
1분기 중 제조업 생산은 감소했다. 반도체는 개인용컴퓨터(PC), 모바일 및 서버 수요둔화와 재고조정 등 여파로, 디스플레이는 TV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공장 일부가 가동 중단이 지속돼 감소했다. 반면, 자동차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개선과 고부가가치 차종 수요가 견조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생산이 증가했다. 철강 생산의 경우 지역별로 엇갈렸다. 호남권에선 글로벌 수요와 생산라인 조정 등으로 감소한 반면 대경권에서는 침수 생산라인이 복구됐고 자동차 생산이 호조를 보이면서 증가했다.
서비스업의 경우, 고물가 지속으로 소비심리 개선이 지연되면서 전분기 수준에 머물렀다. 숙박음식점은 수도권과 충청권, 대경권, 제주권에서 가격 인상에 따른 외식수요 감소, 해외여행 확대 등에 따른 내국인 관광객 감소 등으로 위축됐다. 다만 호남권과 강원권의 경우 지역 축제 등이 재개되면서 관광객들이 유입됨에 따라 증가했다. 운수부문도 지역별 차이가 극명했다. 수도권과 동남권은 화물 물동량 감소세와 부산항 컨테이너 수출 및 환적 부진 등의 여파로 업황이 부진했으나 충청권과 대경권에서는 항공운항 증편과 여객수 및 화물 운송이 늘면서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민간소비는 재화소비 부진에도 서비스가 보합세를 유지해 4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설비투자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일부 친환경·신사업 관련 투자에도 불구하고 제조용 장비 반입이 줄면서 전분기 대비 감소했다. 건설투자 역시 대부분 권역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수출은 자동차, 이차전지 등 수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정보기술(IT)업종 부진의 영향으로 전분기보다 감소했다.
올해 1~2월 취업자 수(월 평균, 전년 동기 대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만1000여 명 증가했지만 증가폭은 직전분기(60만여 명)보다 축소됐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는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상승에도 유가 상승세 둔화로 오름폭이 축소됐다. 주택매매가격은 높은 대출금리와 매수심리 위축으로 전 권역에서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