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지 않게 지원하는 긴급(소액)생계비대출이 상담예약 첫날부터 문의가 폭주했다. 22일부터 사전 예약을 받기 시작했지만, 오전 접속자가 몰리며 홈페이지가 마비됐다. 금리인상기에 제2금융은 물론, 대부업권에서도 밀려난 취약차주들이 급전을 찾아 대출 신청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예상 못한 수요에 놀란 금융당국은 상담을 향후 4주 더 받겠다고 했지만, 대출 지원 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소액생계비대출의 상담 예약 신청 첫날 오전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 홈페이지의 접속이 지연됐다. 오전 9시부터 예약을 시작했는데, 생계비 대출을 문의하려는 접속자가 폭주하면서 홈페이지가 마비됐다. 당시 홈페이지 접속에선 '현재 사용자가 많아 (접속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라는 안내 문구와 함께 수천번대에 달하는 대기 순번이 주어졌다. 예상 대기 시간만 두 시간에 가까웠다.
소액생계비대출은 취약차주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빠지지 않게 금융당국이 실험적으로 도입한 제도다.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이면서 연소득 3500만원 이하라면 연 15%대 이자로 최초 50만원부터 최대 1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생계비 용도로 대출이 가능하나, 분명한 대출 상환 의지가 있다면 자금 용처에 대한 구체적인 증빙도 받지 않는다.
특히 납입 이자가 최초 15.9%로 설정돼 정부가 서민을 대상으로 이자장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상당했으나, 대출을 찾는 이들이 쏟아졌다. 가파른 금리인상기 속에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은 물론, 대부업권에서도 이런 저신용자 대출 수요를 흡수하지 못해 취약차주들이 풍선효과로 밀려난 것이다.
금융당국에서도 이런 대출 수요는 예상하지 못했다. 유재훈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은 소액생계비대출 출시를 발표하면서 "이번 정책은 실험적인 금융정책"이라면서 "얼마나 많은 수요가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이에 예산을 사용하지 않고 기부금으로 정책을 시작했으며, 앞으로 문제점이나 보완할 내용들을 참고하려고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당국은 이번 주 중으로 향후 4주간의 사전 예약을 접수해 편의성을 높이고, 보완방안을 적극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그러나 공급 규모 대비 더욱 많은 대출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시적으로 지원 규모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민섭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저축은행이나 대부업권에서도 풍선효과로 밀려난 이들이 많았고, 실제 수요가 대출 신청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위험성이 상당히 증폭돼 있다보니 무작정 흡수하라고 주문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금융시장의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율할 필요가 있는 정책이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지원 규모를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