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번 주 내로 일본에 대한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백색 국가 리스트) 복원 절차에 착수한다.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지시를 내린 지 하루 만이다.
또 이르면 23일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해제된다.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화이트리스트 복원 작업을 진행 중이다. 화이트리스트는 안보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우방 국가와의 교역 시 허가 절차 등에서 우대 혜택을 주는 제도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난 뒤인 2019년 8월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이에 우리도 일본을 배제하는 맞대응 조치에 나선 바 있다.
이 장관은 "일본 측의 화이트리스트 조치에 대해 긴밀한 대화를 통해 조속한 원상 회복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르면 5월께 최종 복원이 이뤄질 수 있다.
한국은 산업부 고시, 일본은 시행령을 개정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우리 전략물자 수출입고시를 고치려면 의견수렴, 규제심사, 관계부처 회의, 법제처 심사 등의 과정이 필요하다. 일본도 내각 회의 의결이 필요해 최소 두 달 이상 걸린다.
이 장관은 "고시 개정을 위해 행정 예고, 법제처 검토, 국무조정실 규제개선 심사 등을 거치는데 2개월 정도 걸린다"면서도 "이번 고시는 규제를 없애는 내용이라 심사가 용이해 2개월보다 짧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일본보다 화이트리스트 복원 절차에 먼저 나서는 게 여론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에 이 장관은 "일본과 조속한 복원에 합의한 이상 누가 먼저 배제했고 누가 먼저 복원했는지 따지는 것은 지엽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네가 떡을 줘야 나도 떡을 준다는 조건이 경제 관계에서 꼭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화이트리스트의 선제적 복원은 명분과 실리 측면에서 적절하다"며 "우리가 제도를 개선하면 일본도 따라올 수밖에 없다는 명분이 있고 우리 기업은 수출 허가 절차가 간소화되는 실리도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대통령도 일본 눈치를 보지 말고 먼저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명분과 실리가 있다고 봤다"고 전했다.
아울러 불화수소·불화 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는 23일, 늦어도 24일 해제된다. 이 장관은 "일본의 수출 규제 해제와 한국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철회 절차는 이번 주 중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정부는 양국 간 수출 규제 해제가 경제 협력 강화와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공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장관은 "한동안 중단됐던 정부 간 협의가 시작되면서 양국 기업 간 비즈니스 협력과 규모 있는 투자가 활성화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기술 패권주의와 자국 우선주의가 확산하고 새로운 통상 규범이 형성되는 가운데 교역과 산업 구조 측면에서 상호 보완점이 많은 양국이 공동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새로 조성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일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본 기업 진출과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해제와 별개로 국내 소부장 산업 지원책 역시 지속한다.
이 장관은 "수출 규제 해제로 소부장 정책이 변화하진 않는다"며 "소부장 정책은 3개 품목에 한정되지 않고 대일 정책이 아닌 대(對) 세계 정책으로 확대됐기 때문에 앞으로 예산을 늘려 지원할 계획"이라고 공언했다.
한편 정부 차원의 협력이 속도를 내면서 민간 경제 교류도 본격 재개되는 모습이다. 이달 29∼30일에는 한·일 신산업 무역 회의가 열리고, 오는 5월 16∼17일에는 한·일 경제인 회의를 개최될 예정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4년 간 중단됐던 양국 회장단 회의를 5∼6월쯤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