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가장 혁신적이고 파괴적인 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이 우리 운용팀의 핵심 운용 철학이다.”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얼라이언스번스틴(AB)에서 ‘파괴적 혁신 주식’ 부문 포트폴리오 매니저를 담당하고 있는 레이 큐(Lei Qiu)는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강력한 속성을 지닌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크놀로지 펀드통’인 레이 큐(Lei Qiu)는 ‘파괴적 혁신 주식’ 부문 포트폴리오 매니저로서 현재 AB 인터내셔널 테크놀로지 포트폴리오 운용을 담당하고 있다. 2016년부터 해당 분야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그는 이전에는 리서치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며 기술, 미디어, 정보통신 업종을 분석했다.
다음은 지난주 큐 매니저와 나눈 서면 인터뷰 질의서.
1. ‘파괴적이고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기업은 어떤 의미를 두고 하는 말인가. 어떤 기업이 ‘파괴적이고 혁신적인 기술’을 가졌는가.
‘파괴자’란 ‘획기적인 혁신’을 통해 기존의 현상을 크게 바꿔 놓는 기업을 말한다. ‘구현자’란 창의적인 솔루션을 통해 기존의 수요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선도적인 기업을 의미한다.
이를 기반으로 아래 기준을 적용해 기업을 발굴하고 있다. 첫째, 매력적이고 차별화된 제품을 만드는 기업. 둘째, 기대 수준 대비 활용 가능한 격차와 규모 및 빠른 성장을 보여주는 기업. 셋째, 명확한 수익 경로를 보여주는 기업. 넷째, 미래 지향적인 장기 비전을 갖고, 강력한 추진력을 모두 보유한 우수한 경영진이 있는 기업. 마지막으로 자기 혁신의 의지로 가득찬 기업이다.
2. 반대로 어떤 기업을 기피하나.
아직 수익성이 확실하지 않은 초창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기업을 기피한다. 또 기술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예상 성장률이 낮은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도 피하고 있다.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수익을 내지 못한 기업은 혁신기업으로 보지 않는다.
3. 인터내셔널 테크놀로지 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상품에는 어떤 종목이 있는지, 기업들간의 공통점과 특색을 설명해달라.
애플, 마스터카드, 엔디비아, 마이크로소프, 텐센트 홀딩스, 알리파파그룹, ASML, TSMC, 어도비, AMD 등을 담고 있다.
이들 기업은 ‘기술의 파괴자 또는 구현자’라는 공통의 특성이 있다. 수익성이 높고 성장 경로가 확실하다고 판단되면 포트폴리오에 담는다.
4. 올해 인공지능(AI) 챗봇의 등장으로 반도체 기업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해당 분야에 대한 전망은 어떠한가.
AI 챗봇이 클라우드 컴퓨팅의 “킬러앱”이 될지도 모른다는 낙관론이 나오고 있다. 증강현실·가상현실(AR/VR) 게임, 암호화폐, 메타버스를 둘러싼 초기의 환호는 가라 앉았지만, 산업 차원에서는 획기적인 생산성 및 경제 성장 잠재력이 여전히 있다.
2022년 하락장에 기술 업종의 사이클이 끝났다고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그러나 혁신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오늘날은 모바일 기반의 생태계에서 클라우드 기반의 하이퍼스케일 컴퓨팅으로 성장의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다.
지난 15년간 대면 기술에 큰 혁신이 있었고, 네트워크 효과에 힘입어 플랫폼 기업들이 부상했다. 향후 10년간도 많은 산업에서 신흥 리더들이 미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소비자 대면 기술 기업이 성숙기에 접어든다고 해도 기술은 계속 발전할 것이다. 기술 혁신은 사회 곳곳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며 기술의 범용화 수준이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해 성장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보여진다.
5. 투자자 입장에서도 AI 수혜 기업을 발굴하기에 적합한 때라고 보는가.
그렇다. 그 과정에서 예상 밖의 승자와 패자가 나오겠지만, 관련 기회를 발굴하는 데는 기술, 식견 그리고 전문성이 필요하다.
2021년 말 이후 통화정책, 인플레이션, 에너지 부족, 전쟁에만 주목하던 시장에서 AI기술은 신선한 변화의 계기가 됐다. AI를 파괴적 혁신으로 본다. 이는 전환적 혁신을 통해 경기 사이클을 초월, 비즈니스를 위한 새로운 문을 열어줬다. 투자 수익으로 가는 새 길이 열린다는 의미다.
6. 테크놀로지 펀드 투자를 위해 어떤 나라에 주목해야 하는가. 인도·중국·대만 등 신흥국(EM)에에 대한 견해는 어떠한가.
포트폴리오 구축시 국가 별 견해는 따로 두지 않는다. 오로지 테마의 부합성 및 상향식 기업 평가에 기반한 투자 아이디어를 채택한다. 투자 철학에 부합하는 매력적인 기회만 발굴된다면 다수의 EM 기업에 얼마든지 투자한다.
대만은 반도체 산업에서 중요한 글로벌 허브 지역으로 세계적인 혁신 기술 다수를 구현하는 주요 하드웨어를 생산한다. 예컨대 최근 공개된 AI 챗봇은 인텔리전트 컴퓨팅 및 데이터 처리에 대규모 투자를 불러올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됐고, 그 과정에서 반도체와 같은 다수의 구현 분야가 수혜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중국 기술주를 상당히 낙관적으로 보고 있고, 비중확대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대다수 투자자들이 중국을 기피하던 2022년 10~11월 우리는 중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장기 성장 잠재력을 감안할 때 밸류에이션이 매우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예의주시해야 할 규제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고 오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성장세가 억눌려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재정 및 통화정책을 확장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시장은 전세계에서 중국이 유일하다. 이제는 '제로 코로나 정책'이 끝나가고 있어 성장이 재개되면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기회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7. 장단기적으로(3~5년) 테크놀로지 펀드 투자 비중은 계속 확대하는 것이 좋다고 보는가?
팬데믹을 계기로 다양한 산업에서 기술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이러한 변화는 영구적인 영향을 미치며,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제공한다. 다양한 업종·지역에 걸쳐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들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는 전통적인 글로벌 주식 투자 방식 대비 매력적인 분산 투자 효과를 가져와 견조한 장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8. 현 시점에서는 액티브와 패시브 중 어떤 방식으로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이 좋은가.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구조적으로 상승한 여건에서는 액티브 포트폴리오를 고려하는 것이 타당하다.
기업과 시장은 아직도 2022년에 만연했던 불확실성 요인들을 소화하는 중이다. 지금의 변화는 2022년 지속적으로 자금이 유입되었던 패시브 투자의 논거를 다시 생각해볼 기회라고 판단된다.
패시브 펀드가 일반적으로 더 저렴하고 포트폴리오 배분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극적인 변화의 시기에는 특히 액티브 포트폴리오가 추가적인 투자 가치를 제공한다.
9. 올해 하반기 글로벌 펀드 시장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
탈세계화와 함께 전세계 산업에서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글로벌 비즈니스 연속성, 효율성, 지속가능성, 원가구조의 유연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 혁신에 의존하는 산업이 늘고 있다. 자동화, 데이터 기반 디지털 인프라, 대체 에너지로 전환은 수십년간 지속될 강력한 트렌드가 마침내 본격화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팬데믹 기간 중 과도했던 지출을 해소하느라 성장 전망이 어느 정도 감소하겠지만, 산업과 기업들이 인프라를 현대화하는 속도를 높임에 따라 기술 및 혁신에 지출하는 비용은 여전히 상당할 것이다. 그 늘어나는 속도는 경제 성장률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10.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인터내셔널 테크놀로지 펀드 운용팀은 어느 부문을 주목하고 있는가.
장기 성장 전략의 궤도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성장성과 수익성 간에 균형점을 갖춘 '고비를 넘길 수 있는' 기업을 발굴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취약 기업을 선별할 수 있는 핵심적인 차별화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 둔화는 기업의 가격 결정력과 수요 탄력성을 시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경제 성장세의 둔화 및 유동성 여건의 긴축이라는 시험대를 통과한 기업이 추세적 승자가 될 것이다.변동성이 높을 때는 지속가능한 성장성과 마진을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미래 지향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최선이다. 시장에 변동성이 발생할 때는 진정한 혁신의 리더로서 차별화된 속성을 보유한 기업 유형을 발굴하는 데 성공하는 액티브 운용사에게 기회가 있다.
운용팀이 지속적으로 선호하는 대상은 장기적인 수요 증가 추세로부터 수혜 대상으로서 혁신의 S자 곡선 상 빠른 구간을 통과하고 있는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흥 혁신 기업’이다.
얼마전 심각한 조정장에서 고통을 겪었지만, 성장 전망이 양호한 기업을 발굴할 수 있는 매력적인 기회가 있다고 본다. 실제로 사모펀드(PE) 경영권 인수(바이아웃), 인수합병(M&A) 활동이 늘어나기 시작한 점은 밸류에이션이 저점에 도달했다는 건강한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