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촉진 목적으로 만든 은행별 비교공시, '숫자의 함정' 빠질라

2023-03-1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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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은행권 경쟁 촉진을 위해 공시하는 정보가 자칫 ‘숫자의 함정’에 빠져 소비자 판단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은행별로 서로 다른 영업 상황을 예대금리차,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과 같은 단순한 숫자에 담아낼 수가 없다는 뜻이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별 예대금리차 등 단순 수치를 비교한 경쟁 촉진 방식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8월부터 은행연합회를 통해 매월 20일 은행별 예대금리차를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신용등급별 금리,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 등이 은행연합회를 통해 공시된다.
문제는 이와 같은 지표를 통해 ‘줄 세우기식’ 평가가 이뤄지면서 각 은행이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권에서는 매월 변화하는 영업 상황에 따라 각종 지표가 변하는 만큼 해당 지표가 소비자 판단에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특정 은행이 예대금리차가 가장 작다고 해서 특정 개인이 대출받을 때도 낮은 대출금리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며 “반대로 어쩌다 중저신용자 대출이 몰려 예대금리차가 벌어져도 해당 은행 VIP 고객은 여전히 낮은 대출금리를 적용받는다”고 설명했다.

물론 큰 틀에서 꼴찌를 피하려는 은행들의 노력이 경쟁 촉진으로 이어진다는 긍정적인 측면은 있다. 그러나 통계적 성격이 있는 각종 공시 지표가 참고자료가 아닌 줄 세우기식 평가자료로 활용되면서 현장에서 피로도가 상당히 높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각 은행이 좋은 의도로 출시한 상품이 각종 공시지표 악화로 이어지거나 모수가 적은 탓에 발생하는 비합리적인 수치도 종종 발표된다. 예를 들어 중저신용자를 제도권에서 포용하기 위한 대출상품은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 이는 예대금리차에 악영향을 미친다.

최근 공시된 작년 하반기 은행별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도 숫자의 함정에 빠진 대표적 사례다. 공시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작년 하반기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 26.9%를 기록해 신한·국민·하나·우리 등 4대 은행 중 최하위였다. 그러나 하나은행은 같은 기간 건당 이자감면액, 금리 인하 폭 등 수치에서는 1위를 기록했다. 당시 하나은행 측은 “금리인하요구권 심사 절차 개선을 통해 신청 건수가 급증했고 신청자 대부분이 이미 최저 수준인 대출금리를 받고 있었다”고 설명해야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당국도 관련 제도를 수시로 보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에도 하반기부터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와 전세대출금리를 추가로 비교 공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금리정보를 제공하고 은행의 전반적인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도 비교하겠다는 의도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위가 발표한 개선책 중 은행별 특수성을 설명하기 위한 ‘설명 페이지’를 신설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며 “정량적으로 평가되기 어려운 부분을 은행이 자율적으로 설명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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