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 후폭풍 어디까지?" 금융권 '촉각'…주말에도 대책 마련 '분주'

2023-03-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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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 있는 실리콘밸리은행(SVB) 지점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인해 국내 금융권도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당장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역대 파산한 미국 은행 중 둘째로 규모가 커 그에 따른 충격이 국내 실물경제와 금융시스템에도 직간접으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주말 동안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내 거시금융·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수장들이 매주 일요일 개최하는 일명 ‘F4 회의’에서 'SVB 사태'가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 최상목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 등 주요 금융·경제 당국자들이 해당 은행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을 거쳐 국내에 영향을 미칠 ‘나비효과’를 분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참석자들은 글로벌 금융 긴축으로 시장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국내외 금융시장, 실물경제 등에 대한 (SVB 사태로 인한) 영향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필요하면 신속 대응해 우리 경제로 확산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단 금융권에서는 국내 은행 차원에서는 이번 파산 사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자본 건전성도 튼튼하다는 점을 근거로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도 SVB 사태가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이번 사태가 미국 통화당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난달 국내 기준금리가 동결된 데 따른 여파를 줄여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다만 이번 사태로 인해 투자자 사이에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해지고 외국인 투자자금이 일부 빠져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된다. 또 SVB 은행 이전에 미국 내 또 다른 가상화폐 거래 은행인 실버게이트가 청산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는 점, 국내에서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시장 침체로 인한 리스크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관계당국도 미국 은행 파산이 국내 금융권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는 전문가 시각이 우세하다는 점을 언급하면서도 “미국 SVB 유동성 위기가 은행 폐쇄로 확산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SVB 파산 사태가 중장기적으로 국내 금융당국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은행권 경쟁 촉진 논의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 은행에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이 발생한 만큼 은행권을 중심으로 자산건전성을 통해 진입장벽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어서다. 

특히 SVB가 미국 실리콘밸리 내 스타트업을 주요 기반으로 했다는 점에서 국내 은행권 경쟁 촉진 방안 중 하나인 스몰 라이선스(인가 세분화) 도입 문턱을 쉽사리 낮춰선 안 된다는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서는 고금리 기조 속에 주요 고객인 스타트업 예금이 줄어들어 SVB가 어쩔 수 없이 미국 국채로 구성된 매도 가능 증권(AFS)을 싸게 매각한 것을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은행권 관계자는 “스몰 라이선스는 인허가 단위를 쪼개 자본금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더라도 은행 핵심 업무에 대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번 SVB 파산처럼 유동성 지급불능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관계당국의 신중한 고민과 판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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