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 "외국인과 대화도 거뜬" 中실시간 통번역기 성능은?

2023-03-0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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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도 뚝딱" 파파고와 비교해보니···

習도 극찬한 中간판 AI 음성인식 기업

류칭펑 회장, 21년째 전인대 참석해 AI 화두로

지난해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린 허베이성 장자커우 선수촌 식당에서 한 손님이 실시간 통번역기로 메뉴를 촬영해 번역 결과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這次來兩會主要關註什麽話題? (이번 두 회의에서 주로 어떤 의제에 관심을 기울이십니까?)”
“저는 중국 과학기술 발전에 관심이 많습니다(我對中國的科技發展很感興趣).”

중국 남방주말 기자가 번역기에 대고 중국어로 질문을 하자, 한국어로 통역된 문장이 낭랑한 음성과 함께 화면에 정확히 뜬다. 기자가 한국어로 답하자 역시 중국어로 통역된 답변이 흘러나온다.  
중국 간판 인공지능(AI) 회사 커다쉰페이(科大訊飛, 영문명 아이플라이텍)의 실시간 통번역기 이야기다. 지난 4일 찾은 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 취재현장에서 직접 통번역기를 사용해봤다. 
 
"사자성어도 뚝딱" 파파고와 비교해보니···

4일 중국 베이징 양회 기자회견장에서 실제 사용한 실시간 통번역기. 실시간으로 통역결과가 음성과 함께 화면에 뜬다. [사진=배인선 기자]

이날 양회에 온 소감과 주목하는 의제를 묻는 타국 매체 기자들과 대화는 통번역기를 통해 순조롭게 이뤄졌다. 

서너 문장을 한꺼번에 말하거나 문장이 늘어지면 통역이 어긋날 때도 있지만, 오히려 이는 외국인의 흥미를 유발했다. 기자와 이야기를 나눈 한 외국인이 “코로나19에 걸렸다가 나았는데도 기침(Cough)이 계속 나온다”고 영어로 말하자, 기침을 커피(Coffee)로 통역해 웃음이 터져 나왔다. 기자회견에서 언급된 '새 관계(新關系)'가 '성 관계(性關系)'로 번역되는 오류도 있지만, 대체로 알아들을 수 있는 정도다. 

물론 양회 기자회견장에서 대변인과 기자들의 질의응답은 문장이 긴 데다가, 잡음이 많고 마이크 음량이 작아 통번역기로는 한계가 있다. 노트북으로 온라인 생중계를 틀어 통번역기를 가까이 대자 실시간으로 통역음과 함께 화면에 문장이 뜬다. 앞뒤 문맥을 살펴가며 중간중간에 자동으로 교정도 된다.

통역 결과가 100% 완벽하지는 않지만 대략적으로 알아볼 수는 있다. 지난 7일 친강 중국 신임 외교부장이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朝變夕改(조령모개)', '花瓶充饑(그림의 떡)', '空中樓閣(사상누각)' 같은 중국 사자성어도 한국어로 정확히 통역됐다. 

문서 자료 번역은 정확도가 더 높다. 5일 리커창 총리의 정부 업무보고 등 양회와 관련된 각종 문서 자료를 통번역기에 내장된 카메라로 촬영해봤다. 2~3초 만에 한 페이지 번역이 완료돼 화면에 뜬다. 중·한 번역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 네이버 파파고보다도 더 정확한 것 같다. 특히 외국인에게 어려운 중국어 띄어쓰기를 정확히 짚어내 문장이 쉽게 읽힌다. 

흥미로운 점은 푸퉁화(중국어 표준말, 만다린)를 광둥화(캔토니스)는 물론 위구르족이나 티베트어로도 통역을 지원하는 것. 홍콩이나 신장자치구, 시짱 등에 여행을 가서 중국어로 말이 안 통할 때도 현지인과 수월하게 소통이 가능할 것 같다. 

이 통번역기는 인터넷 접속 없이도 16종 언어에 대한 실시간 통역 기능을 지원한다. 컴퓨터에 소프트웨어를 다운받아 깔면 통역기 화면이 그대로 컴퓨터 화면으로도 연결돼 보여지니 외국인과 회의를 할 때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중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학습용으로도 쓸 만한 통번역기라는 생각이 든다. 

커다쉰페이는 매년 양회 때마다 취재 편의를 위해 몇몇 외신 기자들에게 통번역기를 나눠준다고 한다. 지난해 베이징 동계 올림픽 때 공식 자동 통번역 기기 제공업체로 유일하게 선정돼 세계 각국서 온 외국인들이 언어장벽을 느끼지 않도록 실시간 통번역기를 공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習도 극찬한 中간판 AI 음성인식 기업

2016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안후이성의 한 과학기술 전시회에서 커다쉰페이 부스를 찾아 류칭펑 회장(맨 오른쪽)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웨이보]

커다쉰페이는 중국 인공지능(AI) 음성인식 대표기업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졌다. 1999년 12월 안후이성 허페이에서 당시 대학생이었던 류칭펑(劉慶峰) 회장이 18명의 직원과 함께 설립했다.

2008년 5월 선전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커다쉰페이는 중국 증시에서 음성인식과 AI 분야의 유일한 상장사이기도 하다. ​중국 내에서 순익을 내는 몇 안 되는 AI 기업 중 하나로, 중국 AI 음성인식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금융·의료·교육·교통·전력·스마트도시 등 각 분야로 AI 음성인식 기술 응용범위를 넓혀가는 중이다. 미국 상무부가 신장위구르자치구 이슬람 소수민족 인권 침해를 이유로 블랙리스트(제재 대상)에 올린 중국 대표 하이테크 기업 8곳 중 하나이기도 하다.

커다쉰페이의 고속 성장세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도 지대한 관심을 보인 바 있다. 시진핑 주석이 2016년 4월 안후이성에서 열린 과학기술전을 참관했을 때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이 커다쉰페이 부스다. 당시 시 주석은 커다쉰페이의 중국어 통번역 기기를 직접 체험하면서 "앞으로는 해외 어디든 갈 때 이것 하나만 손에 쥐고 있으면 문제없겠다"고 극찬했다.

리커창 총리는 2018년 7월 중국·중동부 유럽 국가 정상회의 일환으로 열린 산업전시회에 참석했을 당시 불가리아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직접 커다쉰페이 통역기에 대고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는 이날 직접 현장에서 커다쉰페이 통역기를 구매해 불가리아 총리에게 선물로 증정했다.
 
류칭펑 회장···21년째 전인대 참석해 AI 화두로

21년째 전인대 대표로 활동 중인 류칭펑 커다쉰페이 회장 [사진=신화통신]

다만 커다쉰페이는 지난해 실적 부진을 겪었다. 2012년부터 매년 달성했던 25% 매출 성장률 신화가 깨진 것. 커다쉰페이는 지난해 매출을 전년 대비 최고 10% 증가한 약 200억 위안으로 추정했다. 순익은 최고 70% 감소한 약 4억7000만 위안에 그칠 전망이다. 지난해 제로코로나 방역 속 각종 계약이 연기되고, 신제품 연구개발 등에 자금을 대거 투입한 게 순익 하락 배경이라고 커다쉰페이 측은 설명했다. 

최근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한국·일본 시장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커다쉰페이는 지난달 28일 오는 2023년 일본 한국 시장에서 스마트 통번역기와 보이스펜 매출 약 30만개를 달성할 것이란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류칭펑 커다쉰페이 회장은 21년째 전인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중국 양회 대표에 마화텅 텐센트 회장, 리옌훙 바이두 회장 등 인터넷기업 총수들이 빠진 반면, 류칭펑 회장은 올해도 전인대 대표로 선출됐다. 중국 지도부의 커다쉰페이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류 회장은 줄곧 AI가 의료·양로·청소년 심리건강 등 사회·민생 분야에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가져왔다. 그는 올해 양회에서도 AI를 화두로 던졌다. 그는 "AI는 사회 실수요를 해결하는 데서 출발해 핵심 기술 확보와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며 "커다쉰페이는 장기적으로 산업이 AI 혜택을 어떻게 더 잘 누릴 수 있도록 하고, 모든 사람들의 'AI비서'가 되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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