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적 부진을 겪은 증권사들이 배당금을 대폭 줄였다. 메리츠증권을 제외한 모든 증권사가 주당 배당금을 축소했고 50% 이상 줄인 증권사도 네곳에 달한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까지 2022년 결산배당금을 공시한 상장 증권사 13곳 가운데 12곳은 주당 배당금을 전년 대비 축소했다.
교보증권도 주당 배당금이 500원에서 200원으로 60%(300원) 감소했다. 유진투자증권(-57.14%)과 삼성증권(-55.26%)도 주당 배당금이 전년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
다른 증권사들의 전년 대비 주당배당금 감소율은 △다올투자증권 -40% △유안타증권 -38.89% △NH투자증권 -33.33% △미래에셋증권 -33.33% △현대차증권 -31.25% △대신증권 -14.29% △한양증권 -11.11% △부국증권 -6.25% 등이다.
상장 증권사들의 배당금 급감은 실적 악화에서 기인했다. 주당 배당금을 50% 이상 삭감한 4개 증권사의 지난해 합산 당기순이익은 4554억원으로 전년(1조3212억원) 대비 8658억원(65.53%) 축소됐다. 유진투자증권이 801억원에서 368억원으로 764억원(95.41%) 급감했고 이베스트투자증권(-81.56%)과 교보증권(-65.53%), 삼성증권(-68.96%)도 당기순이익이 크게 위축됐다.
아직 결산배당금을 공시하지 않은 DB금융투자와 SK증권, 키움증권, 한화투자증권도 주당 배당금이 전년 대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증권사의 합산 당기순이익은 2021년 1조394억원에서 지난해 4869억원으로 5525억원(-53.15%) 줄었다. 증권사별로는 한화투자증권이 적자전환했고 DB금융투자는 -99.08%, SK증권은 -66.42%, 키움증권은 -36.17%를 기록했다.
상장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성장한 메리츠증권은 주당 배당금을 확대했다. 메리츠증권의 2022년 결산 배당금은 주당 135원으로 전년(100원) 대비 35% 증가했다. 메리츠증권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6816억원에서 7690억원으로 874억원(12.83%) 증가했다.
배당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환원 수단으로 꼽히는 자기주식 취득과 소각도 새해 들어서는 사실상 실종됐다. 상장 증권사의 자기주식 취득 공시는 지난해 9월 유진투자증권이 마지막이다. 자사주 소각은 지난 2월 23일 미래에셋증권의 소각 공시가 유일하다. 미래에셋증권은 약 866억원어치 기취득 자사주를 소각했다.
A증권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증권사가 실적 부진으로 인해 주주환원에 나설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며 "없는 살림에 배당을 확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