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부동이던 보험사들의 금리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이 최근 경기침체 국면 속 금융사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공헌을 강조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6일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3%를 돌파한 신용대출 무증빙형 평균 금리가 11%대로 내려 앉았다. 회사별로 보면, 지난 1월 기준 KB손해보험의 신용대출 무증빙형 평균 금리는 11.86%로 전월의 13.11%에 비해 1.25% 포인트 낮아졌다. 흥국화재의 신용대출 무증빙형 평균 금리도 지난해 12월 12.45%에서 지난 1월 11.61%로 떨어졌다.
주택담보대출 분할상환방식 평균 금리도 떨어졌다. 지난 1월 기준 NH농협손해보험의 관련 대출 평균 금리는 6.17%로 전달의 6.24%에 비해 인하됐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도 5.93%로 전달의 6.02%에 비해 인하됐으며, 삼성생명은 지난해 12월 5.83%에서 지난 1월 5.66%, 교보생명은 6.33%에서 6.04%로 각각 떨어졌다.
보험업계는 그간 고금리와 자금 시장 불안으로 대출 금리를 높여왔는데, 최근 자금 수급이 예전보다 원활해졌고 금융당국의 다양한 주문도 고려해 대출 금리가 조금씩 하향 전환되는 것으로 내다봤다.
생·손보사들은 지난해 8~9조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낼 것으로 예측되면서, 수천억원의 성과급을 직원들에게 지급했다. 이에 경기침체 국면 속 취약층을 외면하고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메리츠화재는 연봉의 50~60% 수준을 성과급으로 책정했다. 삼성화재는 연봉의 47%, DB손해보험은 연봉의 41%, 삼성생명은 연봉의 23%를 지급했다. KB손보는 월 상여금 기준 550%를 성과급으로 책정했으며, 현대해상은 연봉의 30% 내외를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지난해 9월 말까지 주요 보험사들의 당기순이익 대비 사회공헌액 비율은 0.14~1.79%로 집계됐다. 순익 100원을 거두고도 최대 1.79원만 사회공헌액으로 지급했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은행권은 물론, 보험사의 성과급 지급 체계와 내부 통제 그리고 사회 공헌의 적정성 여부 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당국은 보험 고객의 권리 강화를 위해 올해 상반기 중 공시 강화 등을 통해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에도 나설 예정이다. 금리인하요구권은 대출을 받았을 당시보다 신용 상태가 좋아진 대출자가 금융사에 대출금리를 내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월 보험사 최고경영자들과 만난 간담회 자리에서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사적 안전망으로서 보험의 역할이 중요해지므로, 민생안정을 위한 보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 달라"며 "아울러 보험산업은 타 금융권 대비 장기 금융상품을 다루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 내부통제 강화 및 성과보수 체계 개선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