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의 고강도 검사 기조가 본격화됐다. 현재 배당금 관련 검사를 진행 중인 KB국민카드의 조사 결정부터 착수까지 전 과정에 할애된 기간이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았다. 과거 최소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던 것과 대비된다. 금융권에선 이처럼 빠른 조사 절차에 대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검사 출신인 이복현 금감원장의 의사가 결정적인 작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23일부터 KB국민카드에 대한 현장검사를 진행 중이다. 작년 당기순이익이 9% 넘게 줄면서 손실흡수능력이 떨어진 상황에, 배당만 크게 늘린 것을 겨냥한 행보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배당금을 직전년도(2501억원)보다 1000억원 늘린 3501억원으로 결정했다. 작년 실적(3786억원)이 전년(4189억원)보다 9.6%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배당금은 전액 KB금융지주에 들어간다.
이는 과거 금감원이 진행했던 검사 방식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특정 업체에 대한 검사가 결정되면, 1~2달 정도의 검토 작업을 거치는 게 일반적인 행보였다. 이 과정에서 업체 측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기도 하고, 배경에 대한 이해도를 갖춘 이후 실제 조사에 착수했다.
여기엔 이 원장의 의사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 원장은 관련 회의에서 KB국민카드의 고배당 결정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견해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앞서 공적인 자리에서 “금융사의 고배당·성과급 결정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는 의사를 여러 번 밝힌 바 있다.
이를 본 금융업체들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번 검사의 진행 과정이 검찰청의 진행 속도와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이 원장이 금융권에 대한 ‘고강도 검사’에 시동을 걸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실상 사법기관의 수사 수준이 될 수 있다는 긴장감도 흘러나온다. 검사 결과 역시 고강도의 제재·개선요구가 수반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금감원 내에 검사 출신 인력들도 속속 투입되고 있다. 지난달 초 자산운용검사국 국장으로 특수부 출신 모 검사를 투입했다. 역할은 법률자문 등으로 돼 있는데, 사실상 옵티머스-라임 등 사모펀드 전담조직(TF)팀에서 활동 중이다. 앞서 이 원장은 금감원에 파견 온 검찰 직원에 대해 "법률자문관 1명과 불법사금융 관련 수사관 1명, 최근에 특사경과 자본시장조사 관련 검사 1명 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금감원의 다양한 검사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며 “검사 강도 역시 예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고강도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한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