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2023] "EU·이통사 vs 美·구글·넷플릭스" 곪은 망 이용대가 갈등 마침내 터져...韓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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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망 이용대가 반대...통신사는 망에, CP는 콘텐츠에 투자해야"

EU는 망 이용대가 법제화 의견 수렴 나서...EU 통신사들 총력 대응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CEO [사진=넷플릭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 2023에서 유럽 이동통신사와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를 두고 설전을 펼쳤다. 

유럽 이통사는 구글, 넷플릭스 등 '거대트래픽유발자(Large Traffic Generator)'가 '공정 분담(Fair Share)' 차원에서 망 투자 비용을 함께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넷플릭스는 신임 대표가 직접 나서 망 이용대가가 콘텐츠 혁신을 막는다며 반대 논리를 펼쳤다. 유럽연합(EU)은 통신사와 빅테크 간 대립이 확대되는 것을 경계했다. 국내에서도 국회 과방위를 중심으로 망 이용대가 관련 논의가 급격히 활발해질 전망이다.

◆넷플릭스 "통신사 망 이용대가 원하면 콘텐츠 투자 부담 같이하는 게 공정"

1일(현지시간) 넷플릭스에 따르면 그렉 피터스 신임 최고경영자(CEO)가 MWC 2023 둘째 날 키노트 기조연설자로 나서 망 이용대가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피터스 CEO는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며 "일부 ISP(인터넷 서비스 사업자) 파트너가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에 세금을 부과해 자사 네트워크 인프라를 위한 보조금을 마련하자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세금은 정반대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다.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고, 창작 커뮤니티를 해칠 뿐 아니라, 이로 인해 고가의 통신사 요금제가 가진 매력을 줄어들게 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이용자가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넷플릭스 CEO가 기조 연설을 통해 망 이용대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터스 CEO는 "넷플릭스의 영업이익률이 브리티시텔레콤, 도이체텔레콤 등 대형 통신사보다 훨씬 낮다"며 "과거 유료방송 시절처럼 통신사가 망 이용대가를 받겠다면 콘텐츠 제작 비용을 같이 부담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고 역공을 펼치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공동 부담은 넷플릭스가 원하는 바가 아니며 통신사는 망에 대한 투자에, 넷플릭스를 포함한 콘텐츠 업체는 콘텐츠 제작에 대한 투자에 집중하는 게 더 좋은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콘텐츠 투자의 대표 사례로 '오징어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피지컬: 100' 등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작품들을 꼽았다. 망 이용대가 분쟁이 한국 통신사인 SK브로드밴드(SKB)에서 시작되어 EU로 번지려 하는 만큼 한국 콘텐츠 사례를 들며 진화하려는 모습이다.

◆EU "미국 빅테크가 통신사 사업 넘봐...구분 무의미"

피터스 CEO가 취임 후 첫 기조연설이라는 중요한 자리에서 망 이용대가를 반대한 이유는 EU 집행위원회가 망 이용대가 법제화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티에리 브르통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 [사진=강일용 기자]

티에리 브르통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MWC 2023 첫째 날 키노트 기조연설자로 나서 "EU 집행위원회는 며칠 전 망 이용대가 법제화에 대한 의견 수렴(컨설테이션)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브르통 위원은 "EU는 유럽 시민과 기업이 2030년까지 안정적이고 빠른 기가비트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더 빠르고 효율적인 기가인터넷을 구현하기 위해 지난주 '기가비트 인프라스트럭처법'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과 규제는 시대에 발맞춰가야 한다. 현행 규제는 과거 기술을 기반해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오늘날 상황은 이전과 매우 다르다"며 "네트워크 사업자(ISP)와 트래픽을 이용하는 사업자(CP)를 구분하는 이분법적 선택은 오늘날 적용되지 않는다. 미국 빅테크들은 클라우드와 플랫폼 서비스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사업을 통신사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막대한 현금보유량을 토대로 '클라우드 RAN(C-RAN) 네트워크'를 개발해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게 그 증거"라며 새로운 규제 법안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브르통 위원은 이어 "현재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논의가 통신사와 빅테크 간 공정 분담을 둘러싼 분쟁으로 묘사된다. 물론 공정한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 모델은 찾아야 하지만, 개인적으로 진정한 과제는 유럽 시민들이 빠르고 안전한 망에 연결되는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통신사 "동영상으로 폭증하는 트래픽...더는 지속 불가능"

브르통 위원의 기조연설에 앞서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호세 마리아 알바레즈-팔레테 텔레포니카 최고경영자는 "새로운 디지털 세상은 (통신사, 빅테크 등) 모든 사업자가 공정하게 기여해야 한다"며 "통신사와 빅테크 간 협력이 더 많은 성장과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하며 구글·넷플릭스를 상대로 압박에 나섰다.

프랑스의 이동통신사인 오랑주의 크리스텔 하이데만 CEO는 "인터넷으로 큰 이익을 얻는 빅테크가 인프라 투자에 참여하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트래픽이 폭증하는) 현재 상황은 통신사에게 '지속 불가능'하다"며 "네트워크 비용에 대한 공정하고 직접적인 기여가 향후 10년을 대비하기 위한 더 나은 인터넷 환경을 만들 것이다. (빅테크의 분담은) 공공 기금 방식보다는 사적인 계약·투자 방식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SKB 대표를 겸직하고 있는 유영상 SKT 대표는 MWC 2023 개막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콘텐츠 사업자와 ISP가 역할을 분담하는 것은 힘의 논리가 아닌 공정성(Fareness)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무엇이 공정한지 따져보면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은 "팀 회트게스 도이치텔레콤 CEO와 미팅을 하며 유럽 통신사가 망 이용대가 논의에 얼마나 진지하게 임하는지 확인했다. 구글(유튜브), 넷플릭스 등 초거대 CP들이 전체 망을 30% 이상 점유하고 있음에도 망중립성 뒤에 숨어 있다. 모든 CP가 망 이용대가를 내라는 게 아니라 전체 인터넷 생태계와 다른 CP를 위해서 초거대 CP들이 망 이용대가 분담을 같이하도록 하는 게 전 세계 통신사들의 도전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MWC 2023 현장을 찾은 국회 과방위 위원들은 유럽 통신사 관계자를 만나 망 이용대가 논의 전개 방향을 유심히 살폈다.

과방위 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취재진과 만나 "네트워크 투자도 지속 가능해야 하는 만큼 어떤 구조를 짜야 하는지 근본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 규제나 네트워크 진흥 측면에서도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며 국내에서 망 이용대가 논의에 대한 불을 지필 것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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