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없어. 이어지고 펼쳐질 뿐'...'시대의 지성' 이어령 전 장관 1주기 추모전

2023-02-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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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서(序)', 4월 23일까지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

2월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개막한 고 이어령 1주기 추모 특별전시 '이어령의 서'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끝이 없어. 이어지고 펼쳐질 뿐.”
 
문화부 초대 장관을 지낸 ‘시대의 지성’ 고(故)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 석좌교수가 저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 적은 글이다. 2022년 2월 26일 별세한 이 전 장관이 남긴 말과 글 그리고 삶이 끝없이 이어지고 펼쳐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도서관은 이어령 1주기 추모 특별전시 ‘이어령의 서(序)’를 25일부터 오는 4월 23일까지 서울 서초구 도서관 본관 1층 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시대의 지성이자 석학이었으며, 우리나라 문화 정책의 기틀을 마련한 초대 문화부 장관으로서의 큰 뜻을 추모하고자 영인문학관(강인숙 관장)과 공동으로 기획했다.
 
1933년 충남 아산에서 출생(호적상 1934년생)한 고인은 부여고를 나와 서울대와 동(同)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문학평론가, 언론인, 교수 등으로 활동하며 한국 대표 석학이자 우리 시대 최고 지성으로 불렸다.
 
20대 초반에 문단 원로들의 권위의식을 질타한 ‘우상의 파괴’를 1956년 한국일보 지면을 통해 발표하며 평단에 데뷔했다. 문학의 저항적 기능을 수행해야 함을 역설함으로써 문단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1966년부터 이화여대 강단에 선 이후 1989년까지 문리대학 교수를 역임한 그는 6공화국 때 문화공보부가 공보처와 문화부로 분리되면서 1990년 출범한 문화부 초대 장관에 임명됐으며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도 활동했다. 문화예술인으로는 처음으로 문화부를 이끈 고인은 당시 국립국어연구원(현 국립국어원)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 전통 공방촌 건립, 도서관 업무 이관 등 4대 사업으로 문화정책의 기틀을 마련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폐회식 대본을 집필했던 고인은 개막식에서 ‘굴렁쇠 소년’을 연출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인 그는 대중과 함께했다. '흙 속에 저 바람 속에'(1960)를 비롯해 '지성에서 영성으로'(2010), '생명이 자본이다'(2013) 등 수많은 저서를 펴냈다.

고 이어령 1주기 추모 특별전시 '이어령의 서(序)'가 24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 본관에서 개막했다. 사진은 선생이 생전 사용했던 물품들. 가운데는 이화여대 재직시절 들었던 가방. [사진=연합뉴스]


전시는 ‘침묵의 복도(프롤로그)’, ‘창조의 서재’, ‘말의 힘, 글의 힘, 책의 힘’, ‘이어령과 조우하다’, ‘무한의 길’, ‘굿나잇 이어령(에필로그)’ 코너로 구성되어 있다.
 
관람객들이 어둡고 고요한 ‘침묵의 복도’를 지나면, ‘창조의 서재’를 만나게 되는데 굴렁쇠를 의미하는 둥근 원 안에 고인이 쓴 육필원고 1점과 평소 사용했던 오래된 책상, 가방, 안경, 필기구 등 유품이 전시되어 있다.
 
‘말의 힘, 글의 힘, 책의 힘’ 코너에는 어린이책 66책을 포함한 고인이 단독으로 집필한 저서 185권이 있다. '저항의 문학'(1959), '흙 속에 저 바람 속에'(1963), '축소지향의 일본인'(1982), '공간의 기호학'(2000), '너 어디에서 왔니'(2020) 등 대표 저서 5권의 초판본을 볼 수 있다.
 
‘이어령과 조우하다’ 코너에서는 영상을 통해 1988 서울올림픽 개·폐회식 기획·연출자, 문화부 장관 시절의 모습은 물론, 손자를 안고 있는 평범한 일상의 모습 등 인간 이어령을 만날 수 있다.
 
‘무한의 길’ 코너에서는 이어령 전 장관의 삶의 이력을 볼 수 있으며, ‘굿나잇 이어령’은 관람객이 작성한 전시 감상 메시지가 고인의 얼굴로 완성되는 쌍방향 미디어아트 체험 코너다.
 
국립중앙도서관 관계자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한발 한발 걸어갔던, 그 재미로 살았다는 이어령 선생님처럼, 전시를 관람하는 모든 분이 용기 있게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천천히 걸어가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국립중앙도서관은 2022년 6월 27일 영인문학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이어령 자료의 디지털화와 전시 개최에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022년에 고인의 삶과 정신의 산물인 저서·육필원고·사진·영상 등 1만789건, 5만3141면에 대한 디지털화를 지원했고, 그중 일부를 ‘우리 시대의 거인 이어령’이라는 제목의 디지털 컬렉션으로 구축하여 도서관 누리집에서 서비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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