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모두발언에서 "어려운 서민 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 차원의 제도개선 노력과 함께, 업계에서도 물가안정을 위한 고통 분담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통신‧금융 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과점상태를 유지하는 정부의 특허사업"이라며 관련 대책을 촉구했다. 특히 소비자 금융부담 완화를 위해 이른바 '예대마진'(대출-예금 금리차) 축소와 취약차주 보호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은행권이 예대금리차를 이용한 사실상 이자 장사를 통해 사상 최대 수익을 올리면서도 서민들의 어려운 상황은 외면했기 때문이다.
이날 윤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은행의 돈잔치' 관련 대책 마련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5대 은행의 과점 체제도 바꾸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이런 맥락에서 윤 대통령은 향후 통신‧금융 외에 민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비슷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도로‧철도‧우편 등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공공요금은 최대한 상반기 동결 기조로 운영하겠다"며 "지방정부도 민생의 한 축으로 지방 공공요금 안정을 위해 함께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전기‧가스 등 에너지 요금은 서민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요금 인상의 폭과 속도를 조절하고, 취약계층을 더 두텁게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는 공공요금, 에너지요금, 통신비용, 금융비용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4대 민생분야에 대한 지출부담 경감과 취약계층 지원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7월 이후 정부가 다양한 대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장기화되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이른바 '3고 위기'에 최근 경기둔화까지 겹치며 민생 어려움이 확대되자 국민들의 필수생계비 부담 완화에 나선 것이다.
국민들의 민생고는 윤 정부에 대한 국정 지지율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당초 이날 비상경제민생회의는 사후 공개 예정에서 회의 시작 20분 전 생중계 전환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윤 대통령이 민생을 걱정하는 메시지를 보다 직접적으로 국민들에게 전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윤 대통령의 강력한 주문에 은행업계와 통신업계는 서둘러 '상생 대책'을 내놓으며 화답했다. 은행연합회는 향후 3년간 10조원 이상의 '은행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SKT,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국민들의 물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3월 한 달 동안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추가 제공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