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 "크루즈가 돌아왔다" 홍콩 '잃어버린 3년' 되찾기 총력

2023-02-1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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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유산·봉쥬르·점보식당…사라진 홍콩 명물

해외 세일즈도 적극…올해 성장률 4% 기대감

지난달 홍콩 침사추이 스타페리 부두에 정박한 월드 크루즈선 '실버스피릿'호. 홍콩에 월드 크루즈선이 정박한 것은 코로나 발발 이후 약 3년 만이다. [사진=중국경제주간]

지난달 18일, 홍콩 침사추이 스타페리 부두 앞에 거대한 크루즈선 한 척이 정박했다. 20여개 국가의 승객 320여명을 태운 로얄캐리비안사의 실버스피릿 크루즈선이다. 홍콩 부두에 월드 크루즈선이 입항한 것은 2020년 3월 코로나 발발로 국경을 통제하기 시작한 지 약 3년 만이다.

위드코로나 전환 후 기지개를 켜는 홍콩 관광업에 국제 크루즈선의 귀환은 ‘관광천국’ 홍콩의 지위 회복을 위한 중요한 이정표적인 사건이라고 중국경제주간은 최근 보도했다. 홍콩여유발전국은 최근 세계 각국 16개 크루즈 회사와 접촉해 올해 최소 82차례 국제 크루즈선이 홍콩에 입항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코로나 발발 전까지만 해도 관광업은 홍콩 국내총생산(GDP)의 4.5%를 차지하는 4대 지주 산업 중 하나였으나, 2020년 관광업 비중은 0.4%로까지 추락했다. 관광업 위축으로 식음료·숙박·소매판매까지 충격을 받으며 홍콩 경제는 신음했다. 하지만 지난 6일부터 중국 본토와의 통관이 재개되는 등 국경이 전면 개방되면서 홍콩은 코로나로 ‘잃어버린 3년’을 되찾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허유산·봉쥬르·점보식당…사라진 홍콩 명물

2일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글로벌 홍보 캠페인 '헬로홍콩' 행사가 열렸다.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홍콩 정부는 지난 2일 20억 홍콩달러(약 3129억원)를 투입한 글로벌 홍보 캠페인 ‘헬로홍콩(你好,香港)’을 가동했다. 구체적으로 전 세계 관광객에 홍콩행 무료 항공권 50만장을 나눠주고, 100만장 이상의 소비쿠폰을 뿌리고, 향후 2~3개월 내 홍콩 마라톤, 홍콩세븐스(세계 최고 국제럭비행사), 아트바젤 홍콩, 박물관 서밋 2023 등 대규모 국제 행사를 개최하기로 했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홍콩과 중국 대륙, 그리고 전 세계와의 연결이 정상으로 회복됐다”며 “각국 관광객, 투자자, 기업인, 혁신가들이 홍콩에 와서 활력을 느끼고 기회를 찾아 꿈을 펼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고 말했다. 

2019년까지만 해도 외국인 관광객은 홍콩 전체 인구(750만명)의 7배가 넘는 약 5600만명에 달했고, 관광 총 소비액도 2600억 홍콩달러(약 42조원)로, 한해 홍콩 소매판매의 60%에 달했다. 

하지만 2021년 본토 관광객 6만5700명을 포함, 전체 외국인 관광객은 9만1000명에 불과했다.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99.8% 감소한 것. 홍콩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경을 점진적으로 개방하면서 지난해 전체 외국인 관광객 수가 60만5000명으로 늘긴 했지만,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제로코로나 3년간 관광객 ‘실종’으로 홍콩 경제는 직격탄을 입었다. 지난해 4분기 홍콩 경제 성장률은 -4.2%를 기록하며 4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증가세를 이어갔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는 홍콩이 코로나19 대유행 사태로 입은 잠재적인 경제손실 규모를 270억 달러(약 33조원)로 추산했다. 

관광객 발길이 끊긴 홍콩 거리에 문을 닫는 상점도 늘어났다. 홍콩 영화에 숱하게 등장했던 홍콩의 명물 '점보 킹덤 수상 레스토랑'이 코로나19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폐점한 것을 비롯해 관광객이 즐겨 찾았던 60년 전통의 홍콩 망고 디저트 맛집 '허유산(許留山)', 딤섬 전문집 '린흥 티하우스(蓮香樓)', 베이징 요리 전문점 '록명춘(鹿鳴春)'이 일제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관광객 의존도가 높았던 드럭스토어 업계도 폐점 행렬이 이어졌다. 홍콩 대표 드럭스토어 봉쥬르홍콩은 사실상 파산 절차에 돌입했고, 또 다른 드럭스토어 체인 샤샤도 수십여개 매장의 문을 닫았다. 

명품 브랜드도 예외는 아니었다. 2021년 홍콩 쇼핑 최대 번화가 코즈베이의 타임스퀘어에서 루이비통과 펜디 매장이 철수했다. 

지난 3년간 홍콩 경제가 위축되며 인력 이탈도 심화했다. 홍콩 정부에 따르면 지난 2년간 홍콩서 유출된 노동 인구만 14만명이 넘는다. 글로벌 기업들의 홍콩 탈출도 이어졌다. 2021년엔 홍콩에 아시아 지역본부를 둔 미국 기업 수가 1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약 30년 만에 처음으로 홍콩에 본사를 둔 중국 본토기업 수가 미국 기업 수를 초월했다는 통계도 나왔다. 

하지만 국경 개방과 함께 홍콩 경제에 차츰 온기가 돌며 인력 채용시장이 차츰 살아나고 있다. 홍콩 노공처(우리나라 고용노동부 해당) 웹사이트 취업 서비스 페이지에는 1월부터 관광업 관련 기타 사회서비스업 일자리 구인 모집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3년간 수차례 감원 감봉설에 시달렸던 홍콩 오션파크는 놀이시설 안내원, 수상시설 운영자 등 구인 모집 분야만 84종에 달한다. 인력 채용을 위해 각종 보너스와 1.5배 초과수당 근무 등 파격적인 조건도 내걸었다. 

홍콩 외국인관광객 동향[아주경제DB]

해외 세일즈도 적극…올해 성장률 4% 기대감
홍콩의 최대 수출 대상인 중국 본토와의 통관이 전면 재개돼 홍콩 현지 투자 비즈니스도 활기를 되찾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홍콩은 중계무역 허브로, 홍콩 경유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중국 본토와의 교역이 타격을 입으며, 홍콩의 지난 3년간 대외 교역액은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12월 홍콩 상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8.9% 감소하며, 68년 이래 월간 최대 낙폭을 기록했을 정도다. 

홍콩 정부는 최근 잇달아 각종 전시회를 개최하며 해외 바이어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홍콩에서는 아시아금융포럼, 홍콩 완구전, 홍콩 국제문구학습용품전, 홍콩 영유아용품전, 홍콩국제 주류특별전 등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2022년 하반기부터 점진적으로 국경 통제를 완화하면서 홍콩 현지 전시회에 참여하는 해외기업 비중이 2022년 10월 10%에서 현재 50%까지 늘어났다고 홍콩무역발전국은 집계했다. 

중국과 갈등을 빚는 미국·유럽 대신 홍콩이 집중 공략하는 대상은 동남아·중동 국가다. 존 리 행정장관은 지난해 11월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태국을 방문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을 방문해 세일즈 외교를 전개했다. 리 장관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사우디아람코의 홍콩 상장 유치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제 홍콩은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의 최대 수혜지역으로 꼽힌다. 대다수 경제 기관들은 올해 홍콩 경제 성장률이 4%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며 낙관적 전망을 내비치고 있다. 심지어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말 보고서에서 중국 본토와의 국경 전면 개방으로 올해 홍콩 경제성장률이 7.6%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물론 신중한 전망도 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글로벌 경기 위축에 따른 수출 하방 압력,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 등이 홍콩 경제를 짓누를 것이라며 올해 홍콩 경제성장률을 1.4%로 관측하기도 했다. 

올 초 홍콩 상공회의소가 현지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한 비즈니스 전망 설문조사에서도 엇갈린 전망이 나왔다. 독일 매체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설문조사 대상 기업의 40%는 최악의 상황이 지나갔고 올해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나머지 40% 기업은 코로나19 발발 이전보다 비즈니스가 더 악화할 것을 우려했다. 국경 전면 개방으로 관광·소매·식음료·숙박 등 산업은 가장 빨리 회복하는 반면 금융·중계무역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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