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맞수' 롯데쇼핑 vs 신세계…오너 경영전략에 불황 속 선방

2023-02-09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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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각사]

'유통 맞수'인 롯데쇼핑과 신세계가 오너 경영전략에 따라 지난해 4분기 불황 속에서도 선방했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롯데쇼핑 매출은 3조79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6% 늘었고 영업이익은 7.5% 줄어든 1010억원을 기록했다. 한샘 등 투자 주식에서 1725억원 적자가 나면서 3173억원 순손실을 냈다. 

같은 기간 신세계 매출은 3조5260억원으로 14.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413억원으로 전년 대비 27.6% 줄었다. 순이익은 1772억원이었다.

롯데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외부 인재 수혈이 빛을 발했다. 신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을 만들기 위해선 역동적인 마음가짐과 유연한 사고를 가질 수 있는 기업문화가 필요하다"며 "조직 내에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젊은 리더십과 외부에서 새로운 시각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마인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롯데지주는 지난해 4월 신 회장의 지시로 '스타팀'을 신설하고 외부 인재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스타팀을 통해 임원은 물론 최고경영자까지 인재들을 관리한다.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외부 출신 대표들을 주요 계열사에 포진한 것이다. 이들은 주요 계열사 수장 자리에 앉아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홈플러스 출신인 김상현 부회장이 지휘봉을 잡았다. 또 신세계 출신인 정준호 대표가 롯데백화점 대표 자리에 오르며 창사 이래 첫 외부 출신 대표들로 쇄신을 도모했다.

김 부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매출 증대와 비용 효율화를 동시에 진행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앞서 김 부회장은 "급변하는 사회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조직 역량과 일하는 방식, 전반적인 문화를 혁신할 것"이라면서 “11개 계열사에 대해 체질 개선을 진행하고 포트폴리오 혁신을 이루겠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백화점에 편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마트 출신답게 마트는 '대형 그로서리 전문점'으로, 슈퍼는 '중소형 그로서리 전문점'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결과는 실적으로 나타났다. 마트 사업부는 인력과 부실 점포 정리 등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슈퍼 사업부는 33개 점포 정리로 매출이 줄었지만 판관비 등 비용 절감으로 적자 폭을 줄일 수 있었다. 

이커머스 사업부는 '롯데온'을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으로 전환하고 플랫폼 고도화를 진행해 매출을 54.3% 늘리고 영업적자를 240억원으로 전년(-490억원) 대비 대폭 줄였다. IT 역량 내재화를 통한 IT 용역비 절감, 배송 차량 감축, 새벽 배송 중단, 물류센터 감축 등 덕분이다. 롯데온은 버티컬 서비스를 열면서 뷰티와 럭셔리, 패션 부문 거래액이 증가했다.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부회장이 그룹 통합 메시지를 전달하며 '내실 강화'를 강조했다. 최근 고환율·고금리·고물가 등 3고 시대를 맞아 어려운 시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 부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위험을 직시하고 준비된 역량으로 정면돌파할 수 있는 위기 대응 능력이 곧 신세계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위기 극복에 대해 강조했다. 

이어 "어려울수록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고객에게 광적으로 집중하고 고객 마음이 떨리게 만들어야 하고 고객들이 열광할 수 있는 신세계 유니버스만의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실적이 공개된 신세계는 정유경 총괄사장이 이끈 신세계백화점의 '명품' 전략으로 업계가 주춤했던 4분기에도 외형 성장을 이뤘다. 신세계백화점은 MZ세대를 겨냥해 상품 구색을 바꿨다. 지닌해 강남점 신관를 리뉴얼해 '뉴컨템포러리 전문관'을 열었다. 

지난해 4분기 신세계 백화점부문 매출은 6686억원, 영업이익은 149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7.4%, 4.8% 증가하며 8분기 연속 최대 매출을 이어갔다.

백화점은 명품 브랜드 입점 여부에 따라 매출이 나뉘는데 신세계백화점은 롯데백화점보다 점포 수는 적지만 국내 7개 점포 중 3대 명품(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입점 점포를 4곳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의 "백화점은 수준 높은 안목과 가치를 담은 브랜드로 고객에게 풍요로운 일상을 선사해야 한다"는 주문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신세계는 "신세계 유니버스는 그곳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현실 세계든, 메타버스든 상관없이 고객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존재해야만 한다"는 가치에 따라 온라인 사업 강화를 위해 홈쇼핑·T커머스 사업체인 신세계라이브쇼핑 지분 76.1%를 약 2255억원에 취득하기도 했다. '신세계 유니버스' 구축을 위한 도약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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