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집값이 급락하고 있는 송파구에서 서울 외 지역 거주민의 아파트 매매거래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가 대비 수억원 떨어진 '급매'가 쏟아지면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입성을 노리는 지방거주자들이 송파구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25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7~11월 송파구 전체 아파트 매매거래 218건 가운데 매수인이 지방거주자인 거래가 66건으로 30.3%에 달했다.
앞서 송파구 아파트 매수인 중 지방거주자의 비중이 2021년 상·하반기에 각각 25.8%, 23.6%, 지난해 상반기 25.8%를 기록하는 등 25% 안팎을 유지해 온 것과 비교하면 5%p가량 상승한 셈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강남3구'인 강남구와 서초구와는 다른 양상이다. 강남구는 거래절벽이 발생한 지난해 7~11월 지방거주자의 매수 비중이 9.15%로 상반기(12.4%)보다 오히려 하락했다. 지난 2021년 상반기에 해당 비중이 21.1%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10%p 이상 내려간 셈이다.
서초구의 경우 같은 기간 매수자가 지방거주자인 거래 비중이 21.9%로, 지난해 상반기(20.4%)나 2021년(21.5%)과 큰 차이가 없었다.
송파구에 지방 거주자의 매수가 몰린 것은 부동산 하락세에 급매 물건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강남 3구' 중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중개업계는 보고 있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판교나 분당, 하남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문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강남3구 중에서 송파구가 비교적 저렴한데다 최근 급매가 쏟아지며 거래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파구는 최근에도 대단지 아파트 위주로 급매가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신천동 잠실 파크리오 전용 84㎡는 이달 16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같은 면적대 아파트가 지난 2021년 8월 25억3000만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9억원가량 떨어졌다.
최고가 24억5000만원을 기록한 잠실의 대형단지인 트리지움 전용 84㎡도 지난 11일에 17억7000만원에 매매거래됐으며, 잠실엘스 전용 84㎡도 최고가(27억원) 대비 7억7000만원 내린 19억3000만원에 지난달 매매거래가 이뤄졌다.
현장에서는 송파구 아파트 거래량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집값이 바닥을 치고 반등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 3월 100건에 달하던 송파구 아파트 거래량은 9월에 29건까지 줄었지만, 이후 10월 45건, 11월 51건으로 늘더니 12월 82건까지 증가했다. 최저가보다 소폭 오른 거래도 나오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을 전망하면서 최소한 올해 상반기까지는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지니스학과 교수)는 “상반기 금리가 또 오를 가능성이 있고, 거래 회복 분위기가 보이지 않는다”며 “집값은 상반기에도 떨어질 것으로 아직은 바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정부의 부동산 완화 정책으로 거래량이 소폭 늘 수는 있지만, 가격 반등까지 이어질 정도는 아니다”라며 “상반기엔 급매가 소진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