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유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중국발 수요 증가로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안정을 찾아가던 국내 물가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악재다. 연내 3%대 물가를 보게 될 것이라던 정부의 호언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고강도 긴축 등 여파로 지난해 11월 4일 93.63달러까지 치솟았던 두바이유 가격은 이후 90달러선에서 등락을 반복하다 하향 전환해 지난달에는 70달러대로 내려 앉았다.
새해 들어 유가가 다시 들썩이는 건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하고 본격적인 리오프닝에 나서면서 원유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탓이다.
두바이유뿐만 아니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 가격도 지난달 저점 대비 10달러 이상씩 오른 상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국발 수요 증가로 올해 전 세계 원유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강할 경우 올해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뚫을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국제 유가가 6월 100달러대로 높아진 뒤 3분기까지 가격이 유지되다 4분기 들어서야 90달러대로 둔화할 것으로 관측한다.
유가 상승은 우리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유가가 오르면 수입물가도 덩달아 뛰고 이는 국내 소비자물가에 고스란히 전가된다.
실제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5.1% 올라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7.5%)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환율·유가 상승으로 수입물가지수가 큰 폭으로 뛰었던 탓이다. 지난해 수입물가지수는 1년 전과 비교해 9.1% 상승했고, 전년 동월 기준으로는 22개월 연속 오름세를 기록 중이다.
수입물가 상승분이 보통 1개월가량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반영되는 걸 감안하면 소비자물가가 당분간 5% 안팎의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1분기를 지나면 4%대 물가 상승률을, 하반기에는 3%대 물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유가에 발목 잡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최근 들어 전월 대비 물가상승률 변동폭이 작아지면서 유가처럼 가격 등락이 큰 요인이 전체 상승률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질 수 있다.
그나마 1400원대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이 하락 안정되면서 원유값을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다. 설 연휴 직전인 지난 19일 환율은 달러당 1232.1원으로 지난해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대로 말하면 환율이 또 오를 경우 유가 상승에 따른 부담이 2배, 3배로 버겁게 느껴질 수 있다. 외환당국이 긴장의 끈을 놓치지 못하는 이유다.
부처 관계자는 "전기·가스요금 등 물가 상승 요인이 잔존한 가운데 유가 흐름에 따라 물가가 안정을 찾아가는 속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급등할 경우 (물가 안정 흐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