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미국펀드 시장에서 빠져 나갔던 설정액 자금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강달러 기조가 약해지는 등 글로벌 경기침체 전망이 계속나오자, 북미펀드에 있던 설정액 자금이 중국·베트남 등 신흥국 펀드로 이동했었다. 하지만 새해 들어서는 나스닥·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관련 펀드를 저점에 매수하기 위한 투자자금이 컴백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동안 380억원의 자금이 110개 미국 펀드로 유입됐다. 한 달로 보면 총 2272억원이 미국 시장에 몰린 셈이다. 지난달 일주일 만에 1209억원이 순유출되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지난해 기준 연초 이후 북미 펀드의 설정액은 3조8138억원에서 3조6930억원으로 1000억원 이상 줄어들며 자금 규모가 축소됐다.
미국 펀드 자금은 일본·유럽·인도 등 베트남과 중화권을 제외한 곳곳에서 들어오고 있다. 일주일 기준 자금이 가장 많이 빠진 곳은 유럽 등 선진국 관련 지수를 모아놓은 글로벌 펀드로 78억원이 빠져나갔다. 그 다음으로는 중국과 인도를 합친 친디아(-54억원), 유럽(-43억원), 일본(-10억원) 등 순으로 유출됐다.
낮은 수익률에도 자금이 몰리는 이유는 결국 북미펀드가 불확실한 경기 상황에서도 가장 안전한 투자 시장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전세계 펀드 설정액을 합하면 36조원대이며 미국은 3분의 1격인 11조원대"라며 "그만큼 투자자들은 규모가 큰 미국 시장을 '신뢰'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펀드 중 자금이 가장 많이 몰리고 있는 분야는 테크·반도체다. 최근 한 달 기준 S&P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한국투자미국배당귀족증권자투자신탁H(주식)S'에는 167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KB스타 미국나스닥100인덱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파생형) S'에는 24억원이 들어왔으며 두 상품의 설정액 모두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김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미국의 기술·반도체 지수를 바닥권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들의 상승 여력이 있다고 판단해 저점에 매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