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펀드 시장에서도 '머니무브'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주까지 북미 펀드에만 하루 수백억 원대 뭉칫돈이 몰렸지만 이제는 중국·베트남 등 신흥국 펀드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해소와 함께 강달러 기조가 완화되면서 신흥국 관련 펀드에 대한 투자 심리가 호전됐다는 분석이다.
13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 동안 103개 북미 펀드에서 1209억원이 순유출됐다. 하루 수백억 원, 일주일 동안 수천억 원이 북미 펀드로 몰리던 지난주까지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연초 이후 북미 펀드 설정액도 3조8138억원에서 3조6930억원으로 1000억원 이상 줄어들며 자금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
북미 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일어나기 시작한 지난 9일 중국 펀드는 전날 대비 62% 증가한 388억원을 기록했다. 베트남 펀드도 직전 거래일보다 5억원 늘어난 35억원이 순유입됐다. 글로벌이머징 펀드도 지난달 마이너스(-4억원)에서 플러스(20억원)로 전환됐다. 중화권 펀드 설정액은 이날 기준 중국·베트남 등 신흥국 펀드로 자금이 흘러 들어가면서 -11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달 200억원에서 이달 초 2배인 400억원대까지 늘기도 했다.
수익률 면에서도 신흥국 펀드가 북미 펀드를 앞서고 있다. 최근 일주일 기준 북미 펀드 수익률은 2.94%며 한 달 기준으로는 0.17%에 불과하다. 반면 중국 펀드는 일주일과 한 달 기준 각각 3.46%, 12.25%였으며 중화권 펀드는 4.81%, 1.77%, 베트남 펀드는 4.98%, 16.08% 수익률을 기록했다. 신흥국 중 중국과 베트남으로 자금이 유달리 모이고 있는 이유도 타 펀드 대비 수익률이 크게 높아서다.
불과 지난주까지만 해도 투자자 자금은 낮은 수익률에도 북미 펀드로만 집중적으로 유입되고 있었다. 계속되는 하락장에 미국이 제일 안전하다는 투자자 심리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달러당 1400원대인 강달러 기조, 금리 상승 등 경기 침체 신호가 나오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미국 펀드 시장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약해졌고 신흥국 관련 펀드에 대한 투자 심리가 호전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신흥국주식펀드의 자금 유출 규모도 점차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11월에는 신흥국주식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가 5주 연속 순유입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만 해도 주마다 신흥국 관련 펀드에서는 10억 달러, ETF에서는 5억 달러에 가까운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최근에는 신흥국 펀드를 중심으로 자금 유입 속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